2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5% 올랐다. 1월에 4.1% 오른 데 이어 2개월 내리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 상한선인 4%를 넘어섰다. 정부가 1월부터 정유업계와 통신업계, 유통업계 등을 윽박지르며 물가 상승의 고삐를 잡으려고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국제 곡물가 상승에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 폭설까지 겹치면서 농산물 21.8%, 축산물 12.3%, 수산물 11.4% 등 먹을거리 가격이 특히 많이 뛰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석유류 가격도 12.8%나 올랐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국제 유가가 안정될 상황이 빠른 시일 내 형성될 것 같지 않고, 곡물가 상승세도 세계 기상이변과 중국·인도를 비롯한 신흥 시장국의 수요가 강해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

정부는 2일 물가안정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었지만 배추 4300t을 집중적으로 풀어 '배추 파동'에 대비하겠다는 내용 말고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나머지는 공산품·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정유·통신 같은 독과점 산업의 가격 결정구조 개선, 가격정보 공개 확대 등 이미 다 나왔던 정책들이다. 물가 처방전(處方箋)이 벌써 동나버렸다는 느낌이다.

국제 유가와 곡물값 같은 해외 요인에 대해 정부가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인플레 기대심리로 임금과 부동산 가격이 뛰고, 그것이 다시 물가 불안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의 구조화만은 막아야 한다. 인플레 기대 심리를 차단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금리와 환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저금리·고환율 체제를 지나치게 오래 끌고온 결과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경제안정을 위협하고 있고, 수입 인플레의 악몽이 서민생활 구석구석까지 파고들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성장과 물가를 모두 잡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올해 5%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무리한 목표를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 금리·환율 조정으로 국내 경기가 어려워질 수 있지만 지금은 성장률을 억지로 끌어올리기보다 안정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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