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은 대통령이 퍼뜨렸다" 막을 길 없는 인터넷 괴담

입력 2011.03.02 15:00 | 수정 2011.03.02 15:09

다음 아고라 화면 캡처
“MB(이명박 대통령) 러시아 방문 후 구제역이 퍼졌다”

지난 15일 다음 아고라에 올라 현재까지 7800여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 글이다. ‘구제역 러시아산 바이러스, MB 러시아 방문 후 구제역 퍼져’라는 제목의 글은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는 홍콩이나 러시아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대통령이 천안함 사건을 입막음하러 계획에 없던 러시아를 전격 방문한 시기가 작년 9월이고, 구제역이 처음 발견된 것은 작년 11월쯤인데 잠복기를 고려해 보면 대충 맞아떨어지는 시기”라고 썼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이 일행이 구제역 바이러스를 가지고 들어오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를 많이 수입하기 위해 구제역 바이러스를 들여와 일부러 우리 가축을 죽였다는 주장이다. 이 글은 827회의 추천을 받았고, 68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도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이 대통령이 아무래도 미국을 위해 러시아에 다녀온 것 같다”, “미국 광우병 소 들이려는 악귀의 농간”같은 근거 없는 저주 글로 넘쳐났다.

괴담 수준의 글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 7일 마찬가지로 아고라에 올라온 글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구출된 석해균 선장에 대해 “총알도 다리를 뚫지 못한 석 선장은 이순신보다 위대한 영웅이다. 불멸의 이순신보다 더 거대한 사기꾼 똥개 장군이 탄생했다”며 비아냥거렸다. 우리 해군의 유탄 2발이 석 선장의 몸에 나온 것이 석연치 않다는 뜻에서 비꼰 것이다. 그는 “앞으로 UDT/SEAL은 방탄복을 입지 않아도 될 것”이라면서 “총알이 어떻게 석 선장의 몸을 뚫지 못하고 박혀있는지를 연구하면 (정부가) 거짓말쟁이로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한 네티즌은 “‘아덴만 여명작전’은 인질구출작전이 아니라 해적섬멸작전이었다”면서 “인질이 있는 곳에 우리 해군이 총을 난사했다”고 적었다. 그는 석 선장의 주치의인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탄환을 분실한 사실에 대해서도 “정부가 초등학생도 믿지 않는 사기를 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가 인터넷 게시판의 익명성에 기대 이 같은 주장을 펼치면, 정부에 비판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의견표출의 하나로 ‘추천’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괴담 수준의 글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횡행하며 네티즌을 현혹하고 있지만, 이들을 처벌할 규정은 없다.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에서 인터넷상 허위사실이나 유언비어 유포 행위를 처벌하는 유일한 법적 근거인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이 위헌 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경찰관계자는 “과거 전기통신기본법은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여서 경찰이 직접 처벌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피해자가 고소·고발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가 없다”면서 “이제는 유언비어나 괴담에 가까운 글에 모욕을 입은 당사자가 인터넷을 뒤져 그 글과 작성자를 찾아 직접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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