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근로 여직원에게 행패를 부렸던 이숙정(36·무소속) 성남시 의원에 대한 제명결의안이 25일 부결됐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7일 판교주민센터의 공공근로 여직원이 전화통화를 할 때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여직원에게 가방을 던지는 등 소동을 일으킨 사실이 CCTV에 녹화돼 논란이 일었었다.

민노당 소속 성남시의원이던 이숙정 의원이 지난달 27일, 전화통화 때 자기를 몰랐다는 이유로 성남 판교 주민센터를 찾아가 전화받았던 여직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다.

이 의원은 사건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이었는데, 25일 표결 때는 민주당 도움을 받았다. 전체 의원 34명 가운데 이 의원을 뺀 33명이 참석해 진행된 제명결의안 표결은 찬성 20명, 반대 7명, 기권 6명이었다. 의원 제명은 재적의원 3분의 2(23명)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3표가 부족해 부결됐다. 한나라당 의원 18명 전원은 찬성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 15명 가운데 2명만 찬성해, 민노당도 "의원직 사퇴가 마땅하다"고 했던 이 의원을 민주당 의원들이 '구제'한 것이다. 사건 초기 성남시의회는 시의원 34명 가운데 21명이 이 의원 건을 다룰 윤리특위 개최를 요구했다. 의원직 제명 등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표결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민노당은 이 의원 사건이 알려진 다음날인 지난 2일 즉각 당 대표 명의로 대(對)국민사과를 하고, 이 의원을 경기도당 당기(黨紀)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설 연휴가 지나서도 비난 여론은 계속됐고 민노당은 곤혹스러워했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은 당기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7일 민노당을 탈당했다. 민노당은 그 사실을 전하면서 "이번 사태는 공직자로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사안으로, 본인의 대국민사과와 의원직 사퇴가 마땅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당 최고위원회 입장을 밝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도덕성을 내세워 온 민노당에는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를 놓고 "민주당이 이번 4·27 재·보선, 나아가 내년 총선(總選)과 대선(大選)을 앞두고 본격화될 야권연대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민노·국민참여·진보신당을 상대로 재·보선 연대협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은 민노당으로부터 전남 순천, 참여당으로부터 경남 김해을에 대한 양보를 요구받고 있다. 민주당은 이 두 지역 가운데 순천에는 후보를 내지 않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권연대는 총선에 필요하다. 민노당이 독자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가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좌우하게 될 지역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제명안 부결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은 아닌데, 동료 의원을 내 손으로 자를 수 없다는 생각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장훈 중앙대 교수(정치학)는 "이 의원의 행위는 시민들이 갖고 있는 도덕적 기준과 행위규범을 넘어선 것인데도 민주당 의원들이 감싼 것은 제도권 정치인의 잘못된 동료의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