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로 체면 구긴 카다피의 '절친'들

입력 2011.02.24 17:48 | 수정 2011.02.24 18:01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와 국제적으로 ‘절친’ 관계를 맺어온 세계 지도자와 유명 기관들이 최근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반정부 시위대에 대해 카다피가 유혈 진압에 나서면서 카다피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쏟아지자 그간 카다피 정권과 친밀했던 국제 지도자들과 기업 등이 은근슬쩍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이번 사태로 카다피 정권은 국제적 ‘왕따(pariah)’가 됐고, 그의 절친했던 각국 명사와 기관들은 왕창 체면을 구기고 있다.

마르코 트론셰티 프로베라·하워드 데이비스(왼쪽부터) /조선일보DB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타이어 제조사인 피렐리(Pirelli)의 마르코 트론셰티 프로베라(Provera) 사장과 영국 런던정경대(政經大)가 대표적이다. 2009년 3월부터 리비아 투자 당국의 자문역을 맡았던 프로베라 사장은 최근 대변인을 통해 “(리바아가 처한) 끔찍한 사태로, 리비아 투자 자문역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프로베라 사장은 이탈리아에서 리비아 투자를 이끄는 주요 창구였던 은행 ‘메디오방카(Mediobanca)’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런던정경대에서는 22일 학생들이 이 대학과 리비아의 관계를 성토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리비아의 ‘카다피 국제 자선기구’는 런던정경대의 북아프리카 프로그램 과정을 위해 150만 파운드(약 27억원)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학생들이 리비아와의 관계를 항의하고 나서자, 대학 측은 “아직 받지 못한 120만 파운드(약 22억원)는 리비아로부터 받지 않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또 이 학교 임원 하워드 데이비스(Davis)는 “학교 이름이 카다피의 차남이자 이 학교 졸업생인 사이프 알 이슬람과 연계돼 자꾸 언급되는 것과, 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큰 유감을 표한다”고 학교 입장을 밝혔다. 데이비스는 리비아 투자 당국의 무보수 고문이었다.

이번 리비아 정권의 유혈 진압 사태에 가장 큰 충격을 받는 나라는 이탈리아다. 한때 리비아를 식민지배했던 이탈리아는 리비아의 오일 투자에 눈독을 들이고 수천만 달러의 돈을 투자했다. 이탈리아와 리비아의 국가 관계도 남달랐다. 이탈리아가 2008년 리비아에 식민지 보상금을 주기로 합의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끈끈해졌다. 미국 외교당국은 “(이탈리아와 리비아의) 관계가 지나칠 정도(way over the top)로 친밀하다”고 표현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2009년 카다피 집권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자국 공군 에어쇼팀을 파견했을 정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왼쪽부터) /조선일보DB

이외에도 많은 세계 리더들이 카다피와 ‘관계’를 맺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의 이름도 카다피의 ‘친구 명단’에 들어있다.

차베스는 재작년 가을 카다피의 40년 통치 기념식을 위해 지구를 반바퀴 돌아 리비아로 왔다. 리비아에는 차베스의 이름을 딴 축구장이 있을 정도다. 블라디미르 푸틴과 카다피는 아주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힘의 균형’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했다. 미국 외교가에서는 “미국과 이탈리아의 관계에 맞서 리비아가 러시아와 더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 노력했다”고 보고됐다.

블레어 전 총리는 영국과 리비아의 관계 회복에 총감독 역을 맡았었다. 그는 특히 대규모 경제인단을 이끌고 리비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민주화 시위로 물러난 ue/issueView.jsp?id=494" name=focus_link>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함께 리비아와 스위스 등 서방세계간 관계회복 중재자로 종종 거론되기도 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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