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석유 시설 파괴하라"… 두바이유 급등 103달러 돌파

조선일보
  • 권경복 기자
    입력 2011.02.24 03:11

    리비아 시위사태가 내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국영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퇴진을 거부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자국 내 주요 석유생산 시설을 파괴하라고 지시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2일 보도했다.

    타임은 이날 카다피 정권에 정통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카다피가 보안군에게 석유 관련 시설들을 파괴(사보타주)하라고 명령했다"면서 "보안군이 일부 송유관을 폭파할 것이며,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석유 수송도 일시 중단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다피의 이런 지시는 카다피에게 등을 돌리는 리비아 내 여러 부족에 대한 경고이자, 카다피에게 퇴진 압력을 넣는 서방에 대한 강력한 항의 메시지로 보인다.

    지난 22일 리비아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퇴 거부 연설을 TV로 지켜보던 요르단 수도 암만의 시민들이 신발을 벗어 들어 TV 모니터를 때리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다른 한편으로는 리비아 시위 사태가 카다피와 다른 부족장들의 석유를 둘러싼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카다피가 송유관·석유시설 파괴를 지시한 것은 동부 유전지대의 주요 부족들을 위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유전지대를 장악한 반(反)카다피 부족장들은 석유 생산 중단으로 카다피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주요 산유국인 리비아에서 일어난 유혈사태가 세계경제를 본격적인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이다.

    당장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니(Eni)와 스페인의 렙솔-YPF 등 리비아 내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22일 잇달아 생산을 중단, 리비아 석유 생산량의 20%가 감소할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터키의 휴리에트뉴스는 23일 "주요 석유수출항인 벵가지의 기능이 22일부터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사태 여파로 22일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두바이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3.36달러(3.3%) 오른 103.72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것은 2008년 9월 8일(101달러83센트) 이후 30개월 만에 처음이다. 리비아와 중동사태가 계속 악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2008년 7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역대 최고치인 배럴당 147.50달러도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