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쇼크] 75분간의 원맨쇼

조선일보
  • 김신영 기자
    입력 2011.02.24 03:13 | 수정 2011.02.24 09:09

    카다피, 국영TV 나와 격한 몸짓으로 연설

    42년 독재자의 병적 자기애(自己愛)는 퇴진 압박에 시달리는 위기 상황에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시위 8일째인 22일 오후 6시(현지시각) 국영방송에 출연, 1시간 15분에 걸친 장황한 연설을 펼쳤다. 그는 시위대를 "더러운 쥐들"이라고 비난하고, "수염 난 남자들(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시위를 조장한다"고 외치면서 국가원수 자리에서 자발적으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카다피에게 맞서는 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처단하라. 나는 마지막 피 한 방울이 스러질 때까지 싸울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맞선다면 국민과의 전쟁도 불사할 뜻임을 선포했다. 남들 앞에서 말하기 좋아하는 것으로 이름난 카다피는 유엔 최장 연설자(4시간29분)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카다피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부터 알카에다(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조직)까지, 리비아를 제외한 국가와 단체를 가차없이 비난했다. "시위대는 환각 유발 약물을 복용한 자들", "중국 정부의 고결함이 톈안먼(天安門) 광장의 시민들보다 위대하지 않았던가", "(카다피 지지자들이여) 일어서라, 일어서라, 일어서라"….

    22일 리비아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75분짜리 대국민 연설 영상의 정지화면들. /AP 뉴시스
    연설 직후 카다피 지지자들은 축포를 터뜨리며 환호했지만, 반정부 시위대가 점령한 동부 지역에서는 TV를 신발(이슬람권에서 모욕의 뜻)로 때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카다피의 연설 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섬뜩했다"고 말했고, 영국 윌리엄 헤이그 외무장관은 "카다피는 퇴진을 원하는 세력이 서방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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