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쇼크] "그냥 두면 '르완다 대학살 악몽' 재현된다"

입력 2011.02.24 03:13

국제사회 개입 목소리 커져… 실질 수단은 마땅찮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퇴진을 압박하는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세력 사이의 유혈 충돌이 격화되면서, 내전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다피는 22일 연설을 통해 "반정부 시위대를 집집이 찾아다니며 색출해 처단하라"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명령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사설을 통해 "국제사회는 리비아 사태가 장기 내전으로 확대돼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내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미온적 대응으로 집단 학살이 자행됐던 캄보디아(1975년)·르완다(1994년)·수단 다르푸르(2003년)의 악몽이 리비아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의 실질적 개입 중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유엔 평화유지군(PKO)의 파견이다. 하지만 PKO는 분쟁 또는 내란을 겪고 있는 해당 국가가 유엔에 요청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현재 이를 요청할 수 있는 주체가 곧 탄압세력인 카다피 정부이기 때문에 유엔 PKO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안보리가 22일 리비아 사태에 대한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성명을 통해 "카다피는 폭력을 당장 중단하고 국민들의 합법적인 요구에 응하라"고 촉구하는 '언어적 수단'밖에 동원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경우처럼 미군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 위주의 다국적군이 유엔의 승인하에 리비아에 개입하는 시나리오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카다피의 '반미(反美) 동지'인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날 "미국은 나토군을 동원한 폭격으로 리비아의 석유 시설을 장악하려 한다. 미국은 리비아의 평화에는 관심이 없으며, 수시간 혹은 수일 안에 이 나라를 점령하기 위한 명령을 나토군에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럽 국가들 대부분은 아프간과는 별다른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아 '명분'만 가지고 군대를 보낼 수 있었지만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리비아는 얘기가 다르다. 독일·이탈리아 등은 리비아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이러한 개입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아프간전이 아직 진행 중인 데다 재정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라 추가 군사개입의 여력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날 "리비아의 폭력 사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라고 말했지만 어떤 조치를 취할 계획인지 묻자 "다른 국가들과 협의 중"이라는 소극적인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카다피를 전쟁범죄자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우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역시 시일이 오래 걸리는 데다 신병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사태 해결 대책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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