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라는 국가적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육아휴직제도가 실행 11년째를 맞았으나, 아직 전체 육아휴직 대상자 45만여명 중 9% 안팎만이 육아휴직을 택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98%가 여성 근로자이며, 남성 근로자는 2%에 불과하다. 지난해 육아휴직을 한 4만1736명 가운데 남성은 819명이었다. 육아휴직제는 만 6세 이하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를 둔 남녀 근로자가 아이 양육을 위해 1년 이내에서 원하는 기간만큼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꺼리는 이유는 육아가 여성 몫이라는 인식이 뿌리깊은 데다, 이런 풍토 속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할 경우 유별난 사람으로 찍혀 승진·보직 인사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반 직장에선 휴직을 하게 되면 그만큼 승진에 뒤처지는 것이 관례다. 육아휴직, 그 가운데서도 남성이 육아휴직제도를 신청할 수 있게 한 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이런 문제점에 대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하도록 해 경력을 관리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제도의 도입도 생각해 볼 만하다.

더구나 휴직 중 급여는 통상급여의 40%를 지급하도록 하고, 하한선 50만원·상한선 100만원으로 설정돼 있다. 월급이 250만원 이상인 근로자는 월 100만원을 넘게 받을 수 없다. 주(主) 수입원 역할을 하는 남성 근로자가 육아휴직으로 수입이 크게 준다면 곧바로 생활에 쪼들리게 된다.

선진국들은 휴직 기간을 늘리면서 급여를 높이고 있다. 스웨덴은 부모에게 각 8개월씩 총 16개월의 육아휴가를 주고, 13개월까지는 통상임금의 80%를, 이후는 일정액을 지급한다. 노르웨이는 통상임금의 80~100%를 주고, 독일은 소득 수준에 따라 65~100%이며, 가장 적다는 일본이 통상임금의 50%를 준다. 우리도 당장 이 수준을 쫓아가지는 못하더라도 점진적으로 휴직기간의 급여를 높여야 한다.

육아 부담을 여성이 전적으로 지는 시대는 지났다. 아빠 엄마가 동등하게 책임을 맡아야 한다. 여기에 맞춰 사회 제도를 바꿔가지 않으면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 심화(深化)라는 이중 족쇄를 벗기 힘들다. 이웃 일본도 현재 1% 수준인 남성 육아휴직을 10년 안에 13%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정부가 남성의 육아휴직이 많은 회사에 인센티브를 주고, 여성단체들도 이런 회사를 격려하는 캠페인을 궁리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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