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실무 회담 결렬 이후 북한 동향이 심상치 않다. 북한이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을 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지하 갱도를 800m까지 팠다고 한다. 200m 정도만 더 파면 3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 북한은 평안북도 동창리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위한 새로운 미사일 기지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 서해 5도에서 50~60㎞ 떨어진 황해도 고암포에는 공기 부양정 70여척을 수용할 수 있는 해군기지를 건설 중이다.
북한은 보름 전까지만 해도 군사회담, 적십자 회담, 국회 회담까지 온갖 대화 공세를 폈지만, 막상 남북 군사 실무회담이 열리자 천안함 폭침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연평도 포격에 대해선 남쪽 탓을 했다. 북은 애초부터 남북대화를 화해용이 아니라, 미·북 대화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했던 것이다.
북은 대화 카드가 안 먹히면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있다. 북한은 매년 2~3월에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 전후(前後)로 크고 작은 도발을 해왔다. 북은 2009년 3월엔 개성공단 육로 통행 차단 조치를, 4월엔 대포동 2호 발사, 5월엔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작년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한 시점도 키 리졸브 훈련 기간이었다.
북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수위를 높여온 도발에도 한·미 정부가 꿈쩍 않고 있는 데 적잖이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북은 그래서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한·미에 충격을 주고 말겠다는 결의로 도발 메뉴를 짜고 있을 것이다. 최후의 발악처럼 최악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북이 대미(對美)용 핵실험, 미사일 발사, 대남(對南)용 도심 테러, 요인 암살, 시설파괴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국민은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하고, 한편으론 남북이 정말 대화를 얘기할 수 있는 투 트랙의 길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북은 '남쪽과는 적당히 대화하는 시늉만 하면 된다, 대화가 안 풀리면 한번씩 무력으로 혼내야 한다'는 못된 생각을 오랜 기간 버리지 않았다. 북의 이런 마음가짐을 고쳐 놓지 못하는 한 진정한 남북 화해의 길은 열리지 않는다. 우리는 '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을 북에 분명히 주기 위해 북이 준비 중인 다중(多重) 도발에 맞설 각오와 준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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