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기 광명역에서 발생한 KTX의 탈선은 안이함과 적당주의, 엉터리 보고 등이 결합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로전환기(열차의 선로를 바꿔주는 장치) 안의 너트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 너트를 채우지 않으면서 선로전환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 코레일 수리반 직원은 선로전환기 수리를 위해 현장에 갔으나 너트가 빠진 것은 발견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선로전환기를 '직진(直進)' 상태로 바꾸어 놓았다. 이런 사실을 관제센터에 제대로 보고하지도 않았다. 이것이 탈선 사고를 초래한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KTX 탈선 원인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선로전환기 단자함에서 너트가 사라진 모습(흰 점선). 코레일은 이 너트를 풀었다가 끼우지 않으면서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왜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나

코레일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1일 새벽 용역업체 직원들이 선로전환기의 낡은 케이블을 교체한 후 계속 에러(잘못) 사인이 발생했다. 코레일 수리반 직원은 현장에 출동해 수리를 시도했지만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임시로 선로전환기를 직진만 가능하도록 맞추어놓았다. 그리고 관제센터에 "열차 운행에 지장이 없도록 임시로 조치했다"고 통보했다. "직진만 가능하도록 해놓았다"는 중대한 사항은 통보하지 않았다. 관제센터는 수리반 직원의 말을 '완전하게 조치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우회전 신호를 넣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명역에 진입하는 대부분의 열차가 직진하기 때문에 그 말은 안 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기자 in77@chosun.com

에러 사인에도 왜 열차 안 멈췄나

관제센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사고열차에 우회전하도록 신호를 넣었다. 사고 열차가 3분 정도 늦게 도착하자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광명역에서 곧바로 승객을 태우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우회전 스위치를 작동하자 선로전환기에 문제가 있다는 에러 사인이 떴다. 이에 놀란 관제센터는 곧바로 직진 신호로 바꾸었지만 진입부 유도레인은 직진으로 돌아오지 않고 우회전 상태로 남아 있었다. 코레일 김흥성 대변인은 "선로 변경을 위해서는 진입부와 중간부 유도레일 방향이 일치해야 하는데, 기기 고장으로 진입부는 우회전, 중간부는 직진으로 엇박자가 나면서 탈선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광균 철도대학 교수는 "연이은 에러 사인에도 왜 관제센터는 열차를 멈추고 점검하게 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 철도 전문가는 "분기점에는 유도 레일이 약간 어긋나도 탈선을 막아주는 리드(lead) 레일이 있는데, 이 때문에 관제센터가 방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왜 너트 하나 제대로 못 끼웠나

이번 사고의 발단은 선로전환기 노후 케이블을 교체하면서 너트를 아예 채우지 않은 것이다. 이 7㎜ 너트 하나가 각종 첨단 장비로 무장한 'KTX 산천'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사실 너트 하나 때문에 분기점에서 사고가 날 확률은 천문학적으로 낮다"며 "용역업체 직원들은 '설마' 하면서 대충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용역업체 직원은 "너트를 건드리지 않았다"고 주장해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