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이집트' 시대… 어디로 가나] 의회 해산한 군부 "개헌→6개월내 선거"

조선일보
  • 권경복 기자
    입력 2011.02.14 03:01

    탄타위 국방장관 '포스트 무바라크' 전면에 나서
    군사최고위 "시위대 핵심요구 수용"
    새 헌법 만들 위원회 구성키로… 무바라크 정권 과오 조사 착수
    전·현직 관료 3명 출국 금지… 일부 시위대는 "軍 믿지 못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하면서 권력을 장악한 이집트 군부가 13일 의회를 해산하고, 기존 헌법의 효력을 정지, 새 헌법을 마련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최고위원회는 이날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의회 해산→개헌→6개월 이내 선거→새 정부 구성으로 이어지는 정치개혁 일정을 발표했다. 군사최고위는 "무바라크 대통령을 축출시킨 시위대가 요구한 두 가지 핵심적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의회 해산과 개헌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권 국민민주당(NDP)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의회는 불법"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 이집트 국민의회(하원)의 경우 전체 454석 중 NDP가 73%인 330석을 장악하고 있다. 군부는 또 무바라크 정권의 과오에 대한 조사 준비에 착수하고, 아나스 엘피키 전 정보부장관 등 무바라크 정권의 과오에 책임이 있는 전·현직 관료 3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현행 헌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인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향후 지도자 그룹은 '군웅할거'

    무바라크 퇴진 이후 군사최고위원회의 이름으로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이집트 군부가 민주 정부로 가는 과도기적인 역할만 할 것인지 아니면 권력을 잡으려는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보는 관측이 많다. 군부는 12일엔 "군이 직접 통치에 나서지 않고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군사최고위 위원장이 이집트를 국내외적으로 대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내외에 이집트 군부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한 것이다.

    실제로 군부의 움직임은 이집트의 장래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다. 군 인사들 가운데 '포스트(post)-무바라크' 시대를 주도할 명실상부한 인물로는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부장관이 첫손에 꼽힌다. 탄타위 장관은 차기 대통령이 집권할 때까지 이집트 국가운영을 담당하는 군사최고위 위원장이기도 하다. 55년 군경력의 전쟁영웅인 야전형 군인이다. 이 때문에 국민적 인기는 높은 편이지만, 군부 안팎에서는 무바라크에 충성만 하는 '무바라크의 푸들'이라는 평가가 많다. 고령(76세)도 부담이다.

    군부의 다른 인물인 사미 하페즈 에난 군참모총장은 부정부패와 무관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 군부 내 소장파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 내 인맥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군 출신인 술레이만 부통령과 샤피크 총리는 1월 25일 시위 발생 이후 혼란 수습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받지만, 역시 무바라크가 직접 임명한 사람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군을 중심으로 한 여권과 달리 야권은 제각각이다. 외교관 출신인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과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199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아메드 즈웨일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이 각기 세력을 갖고 있지만, 정작 이집트 국민은 이들을 잘 모른다.

    유일하게 40대인 아이만 누르 엘그하드(내일)당 당수는 2005년 대선에서 무바라크와 맞붙은 경력이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13일 "이집트 국민들은 자신들이 잘 모르는 사람보다 누르 당수를 택함으로써 안정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의 하야 소식을 접한 여성이 12일 오후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 주변을 자동차로 달리며 차 밖으로 몸을 내밀고 이집트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날 카이로 시내에 진주한 탱크 위에서 대형 이집트 국기를 흔들었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탱크 앞에서 사진을 찍는 등 하루 종일 들뜬 분위기를 연출했다. /AP 뉴시스
    일부 시위대 "군부 못 믿는다"

    이집트 정국을 좌우할 또 다른 변수는 시위대다. 18일간의 반정부 시위를 통해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몰아낸 시위대는 12일 승리를 자축하면서 비상조치법 해체, 군 대표와 2명의 위임 인사로 구성된 대통령선거위원회 구성, 의회 해산, 통합 정부 및 개헌위원회 구성 등을 군에 요구했고 군부는 일단 두 가지 사항(개헌과 의회해산)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시위대의 일부는 생업에 복귀했다. 하지만 다른 일부는 군부가 만족할 만한 후속 조치를 발표할 때까지 시위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P통신은 "특히 청년 시위대는 개혁 조치를 계속 압박하기 위해 금요일마다 대규모 시위를 열 계획이며 이는 군부의 약속을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조지워싱턴대의 네이선 브라운 교수는 12일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군이 이집트를 얼마나 오래 통치할 것인지 또 누구를 더 끌어들일지 의문이며, 군 고위 사령관들의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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