線路 '직진'으로 바꾸고 관제소에 통보 안해… 광명역 KTX 열차 탈선은 실수 겹친 '人災'

조선일보
입력 2011.02.14 03:02

경부 KTX 개통한지 7년… 운영체제 총체적 점검 필요
정부 "차량 결함은 없어"… 열차운행은 정상 되찾아

11일 광명역에서 발생한 KTX 탈선 사고는 차량 결함보다는 선로(線路) 전환기를 제대로 수리하지 않고 선로 전환기를 잘못 조정해서 발생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들은 수리를 잘못했을 뿐 아니라 수리결과를 관제센터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용역업체와 코레일 직원들, 철도관제센터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크고 작은 실수를 했고 이로 인해 고속열차인 KTX의 선로 이탈사고가 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런 어이없는 실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것이다.

13일 코레일 관계자들이 서울역 근처 철로에서 선로전환기(오른쪽 아래 동그라미) 등을 점검하고 돌아가고 있다. 레일을 밀거나 당겨 열차가 선로를 바꾸도록 해주는 장치인 선로 전환기 조작 실수가 이번 광명역 KTX 탈선 사고의 원인으로 파악됐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13일 코레일 관계자들이 서울역 근처 철로에서 선로전환기(오른쪽 아래 동그라미) 등을 점검하고 돌아가고 있다. 레일을 밀거나 당겨 열차가 선로를 바꾸도록 해주는 장치인 선로 전환기 조작 실수가 이번 광명역 KTX 탈선 사고의 원인으로 파악됐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①너트 제대로 끼우지 않았다

먼저 11일 새벽 1시 30분에서 4시 30분 사이 선로 전환기 정비 용역업체 관계자들은 광명역 선로전환기 컨트롤박스에 있는 노후 케이블 등을 교체하는 작업을 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수리 중 너트를 하나 채우면서 꽉 조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말했다. 지름 약 7㎜의 너트가 사고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이 너트를 헐렁하게 끼우면서 선로 전환기를 작동할 때마다 경고 신호가 계속 떴다.

②현장 직원들, 직진(直進)으로 전환

관제센터로부터 에러(잘못) 신호가 잦다는 연락을 받은 코레일 관계자들은 아침 7시 30분쯤 광명역 현장에서 선로 전환기를 뜯어 점검했지만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지 못했다. 선로 전환기 안에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복잡하게 설치돼 단시간에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코레일 관계자들은 선로전환기를 나중에 고치기로 하고, 우선 직진(直進)만 가능하도록 장치를 조정해 놓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명역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KTX 열차가 직진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가 난 KTX 열차는 부산에서 광명역까지 왔다가 곧 다시 승객을 싣고 다시 부산으로 가기 위해 선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꾸려 했다. 그러나 선로전환기가 '직진'으로 조정돼 있는 상황에서 오른쪽 선로로 올라타려고 방향을 틀었다가 탈선을 하게 됐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말했다. 기관차를 포함한 열차 4량은 달려왔던 관성으로 제 선로 위로 올라섰지만, 5번째 칸부터 6량은 제 레일을 타지 못하고 탈선한 것이다. 이날 아침 선로 전환기를 '직진'상태로 해놓은 이후 광명역에 들어올 때 선로를 바꾸려고 한 열차는 이 열차가 처음이었다.

③보고도 제대로 안 해

코레일 직원들이 직진만 가능하도록 조작해놓은 다음 관제센터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으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관제센터에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 관제센터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선로를 바꾸도록 관제를 해서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장과 의사소통만 원활히 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TX 운영 시스템 전반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도사고 전문가인 삼성물산 강기동 고문은 "이번 사고는 기계적인 결함 때문이 아니라 조작 잘못이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 같다"며 "에러 사인이 났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관련 매뉴얼이 다 있을 텐데 절차대로 하지도 않고 필요한 기본적인 연락이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KTX 광명역 궤도이탈 사고와 관련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전반적인 개선 방안과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KTX의 운행 정상화에 중점을 둬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선 사고가 난 경부선 KTX 고속선로는 2004년 개통 이후 7년 가까이 됐다. 이 때문에 현재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선로전환기' 오작동 외에 차량과 선로와의 연계 결함, 열차운행정보시스템, 자동제어시스템 등 철도 운영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편 고속철도 광명역에서 발생한 탈선사고로 차질을 빚었던 KTX 열차의 운행이 13일 대부분 정상을 되찾았다.

코레일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쯤 궤도이탈 구간에서 KTX 운행을 재개, 평상시 주말 운행 편수(217회)의 98.2%인 213회를 투입해 사실상 운행을 정상화했다. 코레일은 전날 오후 사고지점인 일직터널에서 탈선해 있던 차량 6량을 끌어내고 선로와 전차선의 구조물, 신호설비 등의 응급 복구를 마쳤다.


☞ 선로전환기(線路轉換器)

열차를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이동시키기 위한 장치. 전환기는 선로 옆에 붙어 있으며, 전기모터와 여기에 연결된 바(bar)로 구성돼 있다. 전기모터의 힘으로 바가 작동하고 바와 연결된 이동 선로가 옮겨져서 열차의 방향을 틀어준다. KTX뿐만 아니라 새마을호 등 모든 열차를 운행하는 데 있어 안전 확보에 매우 중요한 장치로, 고장이 날 경우 탈선은 물론 열차 충돌까지 일으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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