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정권이 국회를 우롱해도 민생을 위해 국회를 열겠다"며 국회 등원을 결정했다. 이로써 작년 12월 여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에 따른 야당의 장외 투쟁으로 파행을 거듭했던 국회가 두 달여 만에 정상화되게 됐다. 여야 영수회담과 관련해선 "청와대에서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데 굳이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손 대표는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며 작년 12월을 언 땅 위에 돗자리를 펴고 지내왔다. 손 대표는 지난 6일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자 "이런 꼴을 보려고 내가 두 달 동안 전국을 떠돌았단 말이냐"며 화를 냈다. 그런 손 대표 입장에선 빈손으로 국회로 돌아가는 게 민망하고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에게 국회 출석은 의무이자 권리다. 여기에 무슨 전제 조건을 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국회에 출석하는 의무를 다해야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따질 권리 행사의 자리도 마련된다. 매일 치솟는 전·월세와 물가 대란, 구제역, 일자리 문제로 국민의 고통이 깊어가고 있다. 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국민에게 이런 고통을 안긴 정부의 책임과 원인을 조목조목 따지고 여당과는 다른 자신들의 대안(代案)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국회는 여당보다는 야당의 활약 무대다. 야당이 국회를 외면한다는 것은 자기들의 무기를 스스로 던져버리는 것과 한가지다. 손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선수는 '끝까지 경기장에서' 싸우는 게 맞다.

여야 영수회담이 잠깐 얼굴을 비칠 듯하더니 다시 물 건너가 버린 것은 대한민국의 '정치 없는 정치'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2년 5개월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는 나라, 이런 비정상체제 속에선 국회가 다시 열려도 사안마다 여야가 충돌할 게 뻔하다. 우리 정치지도자란 사람들이 나랏일 가운데 으뜸이 바로 정치가 제대로 흘러가게 하는 일이란 사실을 제대로 아는 때가 언제나 오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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