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한국의 핵무기, 논의할 가치도 없다는 말인가

조선일보
  • 김대중 고문
입력 2011.02.07 22:43

핵 보유 목적은 북핵 상쇄용…
핵 논의조차 못한다면 자위국가, 자존국민인가
핵논의에 침묵할수록 핵의지, 보유능력도 없는
나라로 인정될까 두렵다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한국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논의조차 해볼 가치가 없다는 것일까? 북한 김정일 집단과의 대결 내지 협상을 위해서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 사회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런 안보적 국가적 과제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한 정치권은 아예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의 핵무장은 그 당위성에 대한 문제 제기부터 금기시되거나 도외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첫 번째로 거론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자포자기다. "우리가 원한다고 그게 이뤄지겠어?"라는 지레 결론이 가장 핵심적인 걸림돌인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우고 있는 미국이 한국의 핵 보유를 인정해줄 리 없고 미국이 반대하는 이상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논리가 그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국민 전체의 의지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 미국은 지금 북한의 핵을 막지 못하면서 한국의 핵은 언제까지 틀어막고 있을 것인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을 핵 공격했을 때 미국은 중국과의 핵전쟁을 각오하면서도 보복에 나설 것인가를 대답해야 한다. 북한이 핵 운반용 장거리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계속 늘려가는 추세에 따라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능력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또 한국의 핵은 통제가 가능한 반면, 북한의 핵은 통제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 규모를 계속 확대해가고 있는 점도 미국과 기타 관련국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두 번째의 이유는 우리의 핵 보유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핵확산을 촉발할 것이고, 그것이 곧 동북아 전체에 핵전쟁의 공포를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다. 우리가 핵무장을 선언하면 일본과 대만의 핵 보유가 뒤따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핵은 북한만이 가진 배타적 무기일 때 그 위력이 보장되는 것이고 한국·일본 등이 핵을 갖게 되면 그것으로 공포의 균형을 통해 견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총을 겨누고 있으면 누구도 먼저 총을 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국의 어느 학자는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 한국이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이미 러시아·인도·파키스탄 등 핵 보유국가에 둘러싸여 있는데 핵보유국이 하나 더 늘어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통일한국을 전제로 한 발언이지만 여러 나라가 핵을 보유하는 상황을 인정하고 있다.

세 번째의 걸림돌은 친북·종북 세력들의 견제일 것이다. 그들은 한국이 핵을 가짐으로써 북핵의 실효성과 의미가 반감되거나 상실되는 상황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한국의 핵을 북한의 입장에서 관찰할 것이며 핵 보유 논의 자체를 '전쟁 확산 논리'라고 몰아세울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한국 국민들의 북핵 무해론(無害論)이다. 따라서 우리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이것은 자포자기나 핵확산 공포보다 더 위험한 것이다. "북이 핵을 가졌다고 해서 같은 동포인 우리에게 핵을 쏠 수 있겠어?" "북핵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고 북으로서는 존립, 그 자체일 수 있다"는 등의 생각은 지극히 위험하다. 우리는 미국의 핵과 중국의 핵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 핵의 안전장치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김정일 집단을 믿을 수 없다. 천안함, 연평도 그리고 그 이전에 1·21, 아웅산, KAL기 사건을 통해 저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를 파괴하려 했다. 더구나 김정일정권의 존폐가 막바지에 몰렸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서의 핵에 의존할 개연성이 높은 상황에서 핵의 버튼이 소수 권력자의 자의에 맡겨져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선제공격을 해 수십만명이 희생된 뒤에 우리가 전쟁에서 이기고 통일이 된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핵보복이나 핵우산은 '행차 뒤 나팔'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쓰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이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아예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핵을 갖는 목적은 북핵의 용도를 상쇄하자는 것인데 그런 논의조차 못한대서야 어디 자위국가, 자존국민이라 할 수 있겠는가? 우리 국민이 핵무장 논의에 입을 다물고, 핵문제의 공론화를 못 들은 척하고 있을수록 북한을 포함한 상대국들은 우리가 핵 의지도, 핵 보유 능력도, 그럴 국격도 없는 나라로 결론을 내릴 것이다. 그것이 정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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