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캐머런 총리, 다문화주의 실패 선언… "모든 이주자들, 꼭 영어 써라"

조선일보
입력 2011.02.07 03:01

"이슬람 극단주의만 양성 근육질 자유주의로 바꿔야"
野·무슬림단체는 반대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사진>가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의 실패를 선언했다. 영국은 지난 30년간 이주노동자를 많이 받아들이고, 그들의 문화를 인정해온 다문화주의 정책을 펴왔다. 야당인 노동당과 영국의 무슬림 단체들은 캐머런 총리의 발언을 "우파적 극단주의"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캐머런 총리는 독일 뮌헨에서 5일 열린 국제안보회의 연설에서 "과거 30년 동안 이어진 영국의 다문화주의는 젊은 무슬림들을 극단주의에 쉽게 빠지도록 만들었다. 이제 과거의 실패한 정책(다문화주의)을 접을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다문화주의라는 원칙 아래 별개의 문화들이 주류와 동떨어져 살아가도록 내버려뒀다"며 "우리는 (이주자들이) 사회에 소속감을 느낄 만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 무슬림들의 문화를 용인함으로써 영국에서 반(反)서방 극단 이슬람주의자가 양성되고 있으며, 이들이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극적인 관용(passive tolerance)'을 폐기하고, 이를 '능동적·근육질 자유주의(active, muscular liberalism)'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정책을 통해, 영국에 살려는 이주자들이 영국적 가치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그는 '근육질 자유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으로 강제결혼 등 여성차별주의를 고수하는 무슬림 단체들에 대한 정부 지원 전액 삭감, 모든 이주자의 영어 사용 의무화, 학교에서의 영국 문화 교육 등을 들었다.

야당과 무슬림 단체는 캐머런 총리의 '다문화주의 폐기' 연설을 "이슬람 혐오주의를 확산시키는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영국의 무슬림 단체 '라마단 재단' 모하메드 샤피크 대표는 인디펜던트에 "캐머런 총리는 무슬림을 사회 분열의 원흉으로 지적함으로써 무슬림 혐오주의를 퍼뜨리는 극우 단체들의 손을 들어줬다"며 "서로의 신념과 문화를 존중하는 다문화주의는 영국인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사디크 칸 법무담당 대변인은 "캐머런이 연설을 통해 극우 단체들을 위한 선전 문구를 써준 셈"이라고 비난했다.

영국의 무슬림 인구는 전체의 약 3.3%인 200만명에 달한다. 유럽연합 가입 이후 영국으로 이주노동자들이 몰려들면서 영국의 무슬림 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캐머런 총리에 앞서 지난 10월에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다문화주의를 '완전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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