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교도소=국립호텔?

조선일보
  • 석남준 기자
    입력 2011.02.06 02:56 | 수정 2011.02.06 08:36

    "자수하고 광명 찾자? 아니 교도소 가자"…
    일부 수배자, 웃지 못할 풍경도…
    따끈따끈한 방바닥에 TV
    매주 3회 이상 고기반찬, 1년마다 정기 건강검진…

    지난달 24일 충북 청주에 사는 박모(37)씨는 청주 상당경찰서를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힘들고 지쳐 자수하러 왔습니다." 지난해 법원에서 상해죄와 재물손괴죄로 각각 벌금 300만원과 40만원을 선고받은 후 벌금을 내지 못해 지명수배를 받고 있던 박씨. 박씨는 "도저히 춥고 지쳐서 더는 도망다니지 못하겠다. 차라리 교도소에 들어가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는 것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박씨뿐 아니라 겨울철 따뜻한 교도소로 가겠다며 범죄를 저지르고, 수배된 상태에서 자수하는 이들이 잇따르고 있다. '콩밥을 먹으며 노역을 하는 곳'으로 알려졌던 교도소가 어떻게 변했기에 제 발로 가길 원하는 사람까지 나타나게 된 것일까.

    지난달 31일 오후 900여명의 수감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교도소를 찾아갔다. 정문을 지나 수감자들이 생활하는 사동건물로 들어갔다. 1.5m 정도 너비의 복도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수감자들이 잠을 자고 씻는 등 기거하는 거실(居室·수감자가 묵는 방)의 문을 열자 여느 집과 같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수감자 2~4명이 기거하는 7.29㎡(약 2.2평)의 방 안에는 옷가지가 가지런히 옷걸이에 걸려있고, 14인치 텔레비전도 있었다. 방바닥에 손을 대자 따뜻함이 전해져 왔다. 영등포교도소 안영순 총무과장은 "일반 수감자들이 쓰는 방엔 도시가스 보일러를 이용해 16도 이상을 유지하고, 환자들의 방엔 전기패널을 바닥에 깔아 이보다 높은 기온을 유지한다"고 했다. 한 교정공무원은 "직원들은 사동을 순시할 때마다 추위를 느끼는 데 반해 수감자들은 속옷만 입고 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저녁식사 준비에 한창인 취사장엔 그달 식단이 한쪽 벽면에 빼곡히 써 있었다. 이날 저녁 식단은 동탯국, 콩나물무침, 삶은 달걀, 깍두기. 밥은 쌀과 보리를 9:1의 비율로 섞어 만든다. 요리는 26명의 수감자들이 직접 하지만 식단은 매달 1회씩 급식관리위원회를 열어 교도소 영양사와 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들이 결정한다. 1끼당 반찬 4가지가 기본이고, 일주일에 3회 이상은 육류가 꼬박꼬박 나온다.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교도소 수감자들의 저녁식사(사진 왼쪽)와 수감자들이 기거하는 방의 모습. 이날 반찬은 동탯국, 콩나물무침, 삶은 달걀, 깍두기였다. /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수감자들은 교도소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수용자복(服)과 속옷, 치약·칫솔, 비누, 수건 이외에도 120여 가지의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물품 목록엔 통조림에 든 멸치조림, 진공포장된 훈제닭, 떠먹는 요거트 등의 음식뿐 아니라 시중에서 판매하는 F 브랜드의 티셔츠도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선크림, 바디워시, 수면안대 등 미용용품과 편의용품도 구입이 가능하다. 여러 종의 비타민 C, 눈(眼)피로회복제, 비듬샴푸도 살 수 있다. 한 교정공무원은 "일부 수감자는 한 달에 30만~40만원을 개별 물품을 사는 데 쓰기도 한다"며 "술과 담배를 제외하곤 필요한 물품 대부분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구입하려는 물품은 매일 신청할 수 있고, 신청한 물품은 일주일에 두 번 지급된다. 하루에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의 상한액은 2만원.

    요즘 교도소가 '국립호텔'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이유는 교도소에서 몸 관리도 하고 교육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감자들은 1년에 한 차례씩 정기 건강검진을 받고 당뇨, 고혈압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의 경우 집중 관리 대상자로 분류돼 치료도 받는다.

    수감자들도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기다렸다. 설엔 기본 식단 이외에 햄버거와 떡국, 흰 쌀밥이 특식으로 제공되고, 하루에 살 수 있는 물품의 상한액도 4만원으로 오르기 때문.

    우리나라 교도소는 일본과 동남아 교정당국 관계자들도 방문해서 놀랄 정도다. 35년째 근무하고 있는 안 총무과장은 "근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로 발전했다"고 했다.

    영등포교도소 조명형 소장은 "아무리 교도소 처우가 좋아졌어도 자유가 제한되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우선 수감자들은 어떤 경우에도 혼자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병원에 입원할 때도, 산보를 할 때도 이른바 '독보금지(獨步禁止)' 원칙이 적용된다.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오후 9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짜인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한다. 텔레비전을 보고 편지를 쓰는 등 방 안에서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약 3시간. 하루에 약 8시간은 교도소 내 인쇄·목공·봉제 공장에서 작업해야 한다. 면회는 통상 한 달에 4번 가능하고, 전화 통화는 모범수인 1급수의 경우 1달에 5회, 4급수의 경우엔 부모가 위독한 상황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어 교도소장의 허락을 받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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