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일 방송 좌담회에서 개헌, 남북관계, 여야 영수회담, 물가와 전세금 대책 등 경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지금 여야가 머리만 맞대면 그렇게 어려울 것이 없다. 내년에 얘기하면 늦은 감이 있지만 금년은 괜찮다"면서 "대통령이 헌법(개정 문제)에 매달리면 다른 할 일을 못하니 국회가 진지하게 (개헌 논의를) 해달라"고 했다. 이번 대통령 발언으로 '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언급한 것은 원칙론을 이야기한 것뿐인데 여당 내 일부 정치인이 개헌 문제를 정치적으로 굴리고 있다'는 설(說)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과 개헌 전도사 격인 이재오 특임장관 사이에 개헌 문제에 관한 깊은 공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른 나랏일에 전념하고 당은 개헌에 매달리는 엇바퀴가 돌아서는 나랏일도, 개헌 문제도 제대로 진척되기 힘들다. 개헌 문제로 빚어진 갈등이 다른 국정(國政) 수행의 영역으로 넘어와 국정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우선 개헌에 관한 당론(黨論)을 모으는 것도 만만치 않고 야당을 개헌 논의 광장으로 이끌어 내는 일도 쉽지 않다. 따라서 대통령은 적정(適正) 시점에 개헌에 치중할 것이냐, 아니면 개헌은 훗날로 넘기고 대통령이 중점을 두고 있는 다른 일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냐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대통령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 "연초(年初)이니 한번 만나야겠죠"라고 했고,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임한다면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정국 정상화의 열의(熱意)만 갖고 있다면 여야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문제, 한·미 FTA, 과학비즈니스벨트 부지 선정 문제 등을 조정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여야 합의로 문제를 정면 돌파할 수도 있고, 쉬운 문제부터 어려운 문제로 옮겨갈 수도 있고, 그런 후에 정상화된 국회에서 처리하면 되는 문제도 있다. 대통령의 생각이 '한번 만나야겠죠'라는 데서 '반드시 만나야겠다'로 먼저 변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남북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이든, 남북회담이든 북한이 자세를 조금 바꿔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남북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변화할 수 있는 좋은 시기를 만났고, 나는 북한이 변화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기대를 잔뜩 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공격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이면 남북회담과 6자회담, 그리고 남북정상회담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다. 대통령이 이렇게 기대하고 전망할 수 있는 무슨 근거나 그걸 위한 남북 간 무슨 대화가 오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대통령은 좌담회를 끝내면서 "앞으로 나부터 소통과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으며 사회 각계각층의 분야가 그렇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지난 3년 동안 이런 말을 국민 앞에서 여러 번 해왔다. 그러나 지금 국민과의 직접 소통도, 언론을 통한 소통도, 여야(與野) 간의 소통도 없고, 여여(與與) 간에도 간간이 불통(不通)을 겪고 있을 정도다. 소통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어떤 벽도 허물 수 없다. 대통령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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