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 내 모든 건강정보 '헬스 아바타'(사이버상 건강 분신)로 관리한다

입력 2011.02.01 02:59 | 수정 2011.02.01 08:46

[12] 미래형 질병관리 시스템
내려받거나 의사가 전송해준 병원 의무기록부터
스마트폰 이용해 측정한 각종 건강정보까지 총망라…
다양한 질병 통합관리 가능

지금부터 4년 뒤인 2015년. 만 70세를 맞은 강한자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컴퓨터에 앉아 '건강관리'를 한다. 그의 모든 건강 정보와 의료(醫療) 기록이 강씨 고유의 사이버 계정에 일목요연하게 모여 있다.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에 개인의 신상 정보와 이력이 쌓이는 것을 연상하면 알기 쉽다.

인간의 신체를 형상화한 영상 중 뇌 부위를 클릭하면 자신이 이제껏 찍었던 뇌 MRI 사진이 순서대로 뜬다. 그는 당뇨 후유증으로 경도(輕度)의 뇌졸중을 앓아 왔다. 심장 부위를 누르면 수년간 체크한 혈압의 변화가 주식 차트처럼 올라온다. 사이버상의 건강 분신, 즉 '헬스 아바타'(Health Avatar)다.

여기에는 그의 진료와 투약, 유전자 정보 등 병원 의료 기록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해 측정된 하루 섭취 칼로리, 운동량 등 건강과 관련된 생활 정보 등이 총망라돼 있다. 환자는 병원 전산망에 접속해 자신의 의료 기록을 내려받아 아바타에 채워 저장할 수 있다. 병원이 주요 진료 기록과 의료 영상을 아바타로 쏘아주기도 한다.

복부비만인 강씨의 현재 최대 관심사는 혈당 변화다. 그의 헬스 아바타에 목표 혈당치와 허리둘레를 입력하고 전문가 평가를 의뢰했다. 물론 가명(假名)을 쓴다. 그러자 사이버 공간에 의사·영양사·유전학자·의료정보학자 등이 나타나 강씨의 '아바타 건강'을 평가해준다.

그래픽=양인성 기자 in77@chosun.com

'혈당·혈압 추이를 보면 5년 후 만성 신부전증으로 투석할 확률이 30%다', '수면 무호흡증 발생이 예상되니 잠잘 때 스마트폰으로 코 고는 소리를 녹음해서 올려라','유전자 특성을 보니 귀지가 많고 진득진득한 타입이니 이비인후과도 자주 가라'등등 각종 조언과 진단이 쏟아진다. 인터넷상에는 이런 '아바타 관리회사'가 대거 생겨나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인다.

'100세 시대'엔 이처럼 질병 관리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뀐다. 지금까지는 환자가 증상이 생기면 직접 병·의원을 찾아가 문제와 해결책을 찾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첨단 IT기술로 의료 기록과 개인의 고유 생활습관, 건강 정보가 통합되면서 '환자 맞춤형 예방의학'체계로 패러다임이 달라지는 것이다.

초고령 장수사회는 '만성질환 반려시대'다. 노년의 질병은 노화의 파생물이자 오랫동안 이어진 잘못된 생활습관의 축적물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개의 질병이 씨줄 날줄 엮이듯 서로 영향을 미친다. 당뇨병이 뇌졸중을 일으키고, 고혈압이 만성 신장병을 야기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건강과 관련된 모든 기록과 정보를 한곳에 모아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와 트렌드를 잡아내고 조기 관리에 나서야 한다.

'헬스 아바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서울대 의대 '시스템바이오정보의학연구센터' 김주한 소장은 "100세 시대에는 환자의 각종 의료·바이오 정보와 의료 전문가 그룹의 다양한 진단·처방 프로그램이 사이버상에서 만나는 새로운 장(場·플랫폼·platform)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환자는 수천명의 의사를 한꺼번에 만나는 셈이고, 의사는 수천명의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김 교수는 "3~4년 후면 대부분의 환자가 자신의 아바타를 갖고 건강관리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바타방식 프로그램은 현재 하버드의대, 미국 국립암센터 등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미 국립암센터의 경우 암환자의 의료 영상과 유전자 정보 등을 웹(web)에 올려서 가장 적합한 항암 약물을 전 세계에서 연구진으로부터 찾아내는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암 아바타'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혈압·혈당·심전도 정보 등을 이용한 낮은 단계의 만성질환 관리 아바타는 이미 등장해 있다.

관동대 의대 IT융합연구소 정지훈 소장은 "고령 장수시대에는 건강관리와 질병 치료 연속성을 위해 개인이 의료 정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그동안 병원이 독점해왔던 의료 기록을 환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대세"라고 말했다.

공동기획: 조선일보사·삼성경제연구소                 
후원: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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