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예술의전당은 명칭 때문에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원조인 서울 '예술의 전당'이 같은 이름을 붙인 의정부·대전·청주를 상대로 "유사명칭을 사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며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의정부나 다른 도시들은 2009년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이름을 지켜냈다. 올 4월 개관 10년을 맞는 의정부 예술의전당은 이름에 걸맞은 면모를 갖춰가고 있을까? 작년 9월 취임한 최진용(63) 사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문화관광부 관료 출신으로 국립중앙극장장, 예술원 사무국장을 지냈다. 2006년부터는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도 맡았다.

―10년 동안 의정부 예술의전당은 어느 정도까지 왔다고 보십니까.

"이제 새로운 비전을 마련해 도약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매년 전국 대학 뮤지컬 페스티벌을 열어 뮤지컬 발전에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대학생들의 발표 무대여서 무료였습니다. 올해는 그동안 배출된 스타들이 펼치는 갈라 콘서트 등을 붙여 유료화를 시도할 생각입니다. 10회를 맞는 국제 음악극 축제는 매년 문화관광부 등이 평가하는 10대 예술축제에 들어갑니다. 5대 축제로 끌어올리겠습니다."

최진용 사장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행정 전문가이다. 그는“관객이 차지 않으면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식은 땀이 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습니까.

"이미 희망티켓 등 다양한 문화나눔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새로 '의정부 500-행복 스폰서' 운동을 준비합니다. 유력인사 500여명으로부터 20만원씩 1억원을 지원받아 문화소외계층에 관람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입니다. 쉽지 않은 목표여서 개인적으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서울지역 인사들도 절반쯤 참여시키려 합니다. 음악·미술·연극 등 몇 가지 장르를 묶어 운영하는 아트 캠프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1층 로비가 굉장히 넓은데 낮에는 비어 있습니다. 1·2층에 북카페를 만들어 주부들이 담소를 나누며 차도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하드웨어가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무대 앞에 있는 오케스트라 피트의 가동에 문제가 있습니다. 3억원 정도 들여서 고칠 계획입니다. 특히 음향도 손봐야 합니다. 금난새씨가 지휘한 송년음악회에서도 소리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올해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는데 의회를 잘 설득해 추경예산으로 보완하겠습니다."

―올해는 어떤 공연과 전시를 선보일 계획입니까.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 첼리스트 양성원,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 유키 구라모토, 모스크바 필하모니 등의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10주년을 어떻게 기념할지 고민했는데, 돈을 많이 들인 초청 공연보다는 장기발전계획을 잘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또 지역적 극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하려 합니다. 이자람의 '억척가', 김유정의 소설 '봄봄'을 바탕으로 한 판소리 등을 제작합니다. 프랑스 무용단과 '에디트 피아프의 유혹'을 가제로 뮤지컬 발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10주년 기념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2월부터 몇 차례 심포지엄과 공청회를 열어 4월 6일 개관기념일까지는 장기발전계획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도시를 만들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에 영화도시를 표방하는 곳은 많아도 음악도시는 찾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아스펜이 탄광도시에서 음악축제의 도시가 되고, 야마하 본사가 있는 일본 하마마츠가 악기의 도시에서 콩쿠르를 여는 등 이름난 음악도시가 된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의정부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까요?

"음악극 축제나 뮤지컬 페스티벌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젊은 소리꾼 이자람이 참여하는 '판소리 만들기, 자'가 상주단체로 있고, 시립 합창단도 국립오페라단 공연에 출연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내년까지는 수집가와 협의해 악기박물관도 만들 계획입니다. 앞으로 미군 기지가 반환되면 캠프 하나를 음악 공원으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음악 캠프, 페스티벌도 열고 음악인이 거주할 수도 있습니다. 의정부가 미국문화와의 접점이었고, 미군 부대에서 우리 록 음악이 시작된 만큼 대부인 신중현씨를 모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의정부 예술의전당을 어떤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일본 도쿄에 세타가야 극장이 있습니다. 지역 극장이지만 대표적인 성공사례입니다. 성공의 비결은 지역 밀착, 주민들을 위한 운영입니다. 앞으로 수시로 워크숍을 해서 의정부가 어떻게 문화의 도시가 될지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시민들이 즐겁고 행복한 극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시장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관이 위주였는데 수준 높은 기획 전시도 많이 마련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