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09년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치매 환자 수를 집계해 봤더니 21만5459명이었다. 2002년 4만7747명에서 7년 만에 4.5배로 늘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데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의료기관을 찾기 때문일 것이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시스템은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은 국민이 매달 건강보험료의 6.55%씩을 더 얹어서 내도록 해 중증 치매·중풍 노인 누구나 싼 비용으로 요양시설 보호와 방문 간병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처음엔 이 혜택을 받던 노인이 7만명이던 것이 지금은 31만명으로 늘었다. 노인요양시설은 2005년 537곳에서 2600곳으로 확대됐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사람도 8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요양서비스를 받는 31만명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520만명)의 5.6%밖에 안 된다. 독일(11%), 일본(16.8%)에 비하면 많이 뒤진다. 심사를 거쳐 중증(重症) 환자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혜자(受惠者) 수를 더 늘려갈 수 있도록 재정적 대비를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요양서비스의 질(質)을 높이는 문제다. 노인요양보험 제도 도입 후 영세 회사들이 난립해 과당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작년 11월 포항 노인요양원에서 화재로 중증장애 할머니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을 당시 노인들을 밤새 돌봐주던 사람은 2명뿐이었다.
일본은 지역마다 치매·중풍 노인을 돌보는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각 그룹홈은 대상 인원이 최대 18명을 넘을 수 없도록 하고 노인 3명에 1명꼴로 간병인을 두고 있다. 노인들은 그룹홈에서 밥 짓고 청소하고 빨래하면서 내 집 같은 분위기 속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다. 치매 노인들을 고립된 시설에 수용하는 방식에선 탈피해야 한다. 일본에선 치매라는 표현에 낮춤의 의미가 있다고 해서 '인지증(認知症)'으로 용어도 바꿨다.
보건당국이 추정하는 국내 치매 환자 수는 46만9000명이다. 70대를 넘기면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까지 치매 걱정부터 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 돼버렸다. 이런 불안만 덜어줘도 국민 행복도가 뚜렷하게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