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위기로 '不信任'받은 일본 정치, 우리는 어떤가

조선일보
입력 2011.01.28 23:31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등급 낮췄다. 일본의 신용등급은 장기불황 때인 2002년 'AA-'로 하락했다가 경기회복과 함께 2007년 'AA'로 올라갔으나 이번에 다시 떨어졌다.

일본의 국가부채 비율은 국내 총생산(GDP)의 200%에 이르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137%)와 아일랜드(113%)보다 재정 상태가 더 나쁘다. 올해 국채 발행액은 44조3000억엔으로 세수(稅收) 40조9000억엔을 웃돈다. 세금 징수보다 더 많은 빚을 내야만 매년 나라 살림을 꾸려갈 수 있다. 내년부터는 1947~19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700만명이 본격적으로 연금을 받아가므로 나랏빚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 정치권은 장기불황 속에서 국민의 반발이 무서워 세금을 더 걷고 지출을 줄이는 재정개혁을 미뤄왔다. 오히려 민주당 정권은 아동 수당과 고교 교육 무상화 같은 복지 공약을 밀어붙이며 재정지출을 늘려왔다. S&P는 "일본 정부는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할 일관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국가 신용등급 하락을 일본 정치에 대한 불신임(不信任)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7일 '주요국 재정 및 공공채무에 관한 보고서'에서 "시장이 움직이기 전에 선진국들이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는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경고했다. IMF는 어느 나라보다도 미국과 일본이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칫하면 유럽에서 시작된 재정 위기의 불길이 일본·미국 같은 선진국으로 번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당장 재정파탄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지만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 정치권의 복지 공약 경쟁으로 머지않아 일본을 뒤따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음 대통령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이라면 되돌리기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기 전에 국민에게 이런 진실을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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