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들은 매끈한 정장 아래 운동화를 신고 출근한다. TV 드라마 속 송승헌은 정장에는 대개 끈 달린 옥스퍼드화(작은 끈 조임 장식이 달린 구두)를 신고 나온다. 그러면 한국의 아저씨들은? 대개 정장 바지 아래 로퍼(끈 없는 낮은 가죽신)나 모카신(발등을 U자형으로 꿰맨 신발)을 신는다.

검은 로퍼가 회색이 될 때까지 매일 빠짐없이 신으시는 이 부장님은 이렇게 항변했다. "신발이 거무튀튀한 색이면 됐지 뭘 더 바라냐, 엉?"

사진=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도움말=LG패션 마에스트로 최혜경 디자인실장, 촬영협조=닥스

외람되지만 부장님께 다시 한 번 정중히 말씀드리고 싶다. 로퍼나 모카신은 편한 신발임이 틀림없지만 기본적으로 정장 바지엔 걸맞지 않은 스타일이다. 면바지엔 어울릴지 몰라도 정장 바지 아래 신으면 아무리 잘생긴 남자도 어정쩡하게 보인다. 기상천외한 패션을 선보이는 패션쇼를 샅샅이 살펴봐도 정장 아래 로퍼나 모카신을 신고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매끈한 정장 아래 운동화를 신었다면 '섞어 입기(믹스 앤드 매치·mix and match)'의 묘를 살렸다고 봐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퍼는 그렇게 봐주기에도 여전히 정장과는 어색한 신발이다.

한국 남자들이 종종 저지르는 실수는 또 있다. 정장 바지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에나멜 구두를 신는 것. 이 구두는 애석하게도 원래는 연미복에만 신는 신발이라고 한다. 정장 바지에는 지나치게 튀고 동동 뜨는 신발. 키도 작아 보이게 만든다.

그럼 정장 바지에 알맞은 신발은 고르는 원칙은 뭘까? 첫 번째는 옷보다 어두운 색상을 고르라는 것. 보통 한국 남자들이 가장 많이 입는 회색·남색 정장 바지엔 까만색·갈색 구두가 어울리고, 갈색 정장엔 갈색 구두가 어울린다. 그럼 어떤 색이 어울릴지 애매한 까다로운 빛깔의 정장엔? 이때도 해답은 갈색 구두. 가장 무난하고 자연스럽다.

구두 코도 유심히 봐야 한다. 헐렁한 수트엔 둥근 코, 몸에 딱 맞는 수트엔 뾰족하고 긴 코 구두가 어울린다. 구두 굽은 30㎜가 가장 적당하고, 뒤축 높이는 5.5~6㎝인 것이 가장 좋다. 아, 이 몇 가지만 기억해주셔도 이 부장님은 송승헌이 부럽지 않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