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복지사 처우 높이고 보조금 격차 낮춰야

입력 2011.01.25 03:35

충남지역 사회복지사하루 동행 취재
충남 사회복지관 보조금 다른 지역에 비해 낮아
'중간관리자'급 인력 부족 5명의 업무 혼자 도맡기도

"제 대학 동기들이 전국에서 사회복지사를 하고 있는데 충남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급여가 제일 낮더라고요."

충남지역 A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이길상(가명·28) 사회복지사는 씁쓸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오전 10시, 이씨는 막 사회복지관에서 쓰는 승합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던 참이었다. 그를 따라다니며 '지방 사회복지사의 하루'를 체험해보기로 한 기자 역시 차에 올랐다.

승합차는 눈 덮인 논밭 사이를 미끄러지듯 내달렸다. 농촌 지역에 위치한 A복지관 주변에는 독거노인과 조손가정이 많이 산다. 집들이 띄엄띄엄 흩어져 있어 세 가정만 방문해도 오전 한나절이 훌쩍 간다.

이씨가 일하는 충남지역 사회복지사들의 급여는 전국에서도 낮은 수준이다. 사회복지사의 급여는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규모에 달려 있는데, 충남지역의 지자체 보조금이 타 지역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의 신용규 사무총장은 "현재 충남지역 사회복지관에서 받는 보조금은 서울의 2분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3년째 동결됐던 서울 지역 사회복지사들의 임금이 올해 8%나 올랐지만 충남지역 사회복지사들에게는 아직 먼 얘기다.

올해로 3년차 사회복지사인 이씨가 한 달에 받는 월급은 160만원 정도. 세전 연봉으로 따져도 2000만원이 채 안 된다. 그나마 이씨가 있는 복지관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올해 충남지역 다른 사회복지관 가운데는 월급이 연체되거나 삭감된 곳도 몇 군데 있다.

충남지역 한 사회복지 사가 어려운 가정을 방 문해 쌀 한 포대를 전 달하고 있다. 이 사회복 지사는 지방 사회복지 관의 열악한 재정상황 때문에 최소 5명이 해 야 할 가정방문 업무를 홀로 해내고 있다.
승합차가 논둑길에 멈춰 섰다. 슬레이트 지붕 집에서 할머니 한 분이 달려나왔다.

"아이고 선상님. 며칠 전에 모터펌프가 얼어서 갈았슈. 모터값이 22만원에 수리비가 10만원이라 카대. 내 그거 때문에 요즘에 밥맛도 떨어졌슈."

쌍둥이 남매를 홀로 키운다는 할머니는 먼데 다녀온 아들이라도 만난 듯 근황을 쏟아냈다. 이씨는 웃음 띤 얼굴로 할머니 건강은 어떤지, 곧 중학교에 입학할 쌍둥이 남매는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조곤조곤 물었다. 난방유 지원을 위해 등본을 받고 유류 상품권 사용법을 세세히 알려주고야 첫 번째 집 방문이 끝났다. 승합차로 한참을 더 달려 두 번째 집에 쌀 한 포대를 전달하고, 또 한참을 달려 세 번째 집을 방문하고 나니 어느덧 점심때가 되었다. 이씨는 점심을 먹고 나서도 면사무소 공무원이 알려준 어려운 가정을 한 군데 더 방문했다.

"한 달에 70가정을 돌아요. 명절이나 연말 때는 물품 전달 때문에 더 정신없죠."

이씨가 하고 있는 가정방문은 사회복지사가 종합사회복지관에 입사한 후 '실무자'로서 제일 처음 맡게 되는 '사례관리' 업무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에서 정한 최소인력 기준안에 따르면 사례관리 업무에는 최소 5명의 전담자가 배치되어야 하는데 인건비가 부족한 탓에 이씨 혼자 이 업무를 도맡고 있다. 복지관의 박학태(가명·57) 관장은 "사실상 사례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씁쓸하게 인정했다.

충남지역 사회복지관들의 또 다른 고민은 '중간관리자'급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 관장은 "충남지역 사회복지관에는 실무경력 6년 이상의 과장급 중간관리자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이 반반쯤 된다"고 말했다.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실무자들을 교육시키고 현장에서 필요한 조언을 해줌으로써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 유능한 중간관리자가 있어야 그 지역 사회복지관의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

이 지역 사회복지관들의 중간관리자 부재 현상은 잦은 이직에 기인한다. 열악한 근무여건 때문에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을 떠나다 보니, 중간관리자로 클 재목이 사라지는 것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충남지역 사회복지사의 평균 경력은 4.14년. 서울의 6.55년, 경기의 9.19년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실제로 이직을 하는 것도 주로 경력 3~4년차 사회복지사들이다. 남자는 결혼을 앞두고, 여자는 임신을 하고 나서 주로 이직을 하거나 직장을 그만둔다. 직원들 인건비 주기도 빠듯한 사회복지관은 그 빈자리를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1호봉 사회복지사로 채운다. 이 때문에 충남지역 사회복지사들 사이에는 "3~4년 정도 근무하면 빠져주는 게 센스"라는 우스갯소리마저 생겨났다.

복지관의 김길수(가명·47) 부장은 "부족한 운영비를 메우기 위해 전국단위 지원사업에 도전을 하지만 번번이 서울 경기 사회복지관에게 밀리더라"며 "유능한 중간관리자가 부족한 충남지역 사회복지관은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이 떨어져 외부 사업 경쟁에서도 수도권 사회복지관에게 이기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국 충남지역 종합사회복지관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돈 문제로 일어난 인력 문제가 다시 돈 문제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에 있었다. 지자체 보조금이 부족하니 인력의 양과 질이 저하되고,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지니 외부 사업을 따오기 힘들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복지 체감도를 낮춘다는 것이다. 실제 2009 전국사회복지관 평가 결과, 충남지역 사회복지관은 전국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저녁 7시, 이씨는 여전히 사무실에 있었다. 언제쯤 퇴근할 거냐고 묻자, 웃으며 "빠르면 8시, 늦으면 10시"라고 답했다. "지난 2년 2개월 동안 정시에 퇴근한 날은 손에 꼽는다"는 이씨는 인사를 하기 바쁘게 하던 일로 돌아갔다. 이씨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회복지사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직업이다. 사회복지사가 행복해야 그들이 역할을 하는 사회도 행복해질 수 있다"던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조성철(60) 협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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