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한국인이여 행복하라] 돈·비교·경쟁… '러닝머신 심리(큰 만족위해 끊임없이 달리는 것) 버려야 행복을 호흡

조선일보
  • 김신영 기자
    입력 2011.01.24 03:08 | 수정 2011.01.24 08:32

    [2011, 한국인이여 행복하라] [10·끝] 한국인 행복 처방
    해외 자문단 12명의 '한국인을 위한 행복 처방'


    현재 소득을 통해, 내일의 행복을 점칠 수 있을까. 행복 전문가들은 "그 반대가 훨씬 수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돈 많은 사람이 행복할 가능성보다, 행복한 사람이 직업적인 성공을 거둬 높은 수입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리노이대 심리학과 에드 디너 교수가 1976년 대학생 수천 명의 행복도를 조사한 후 이들이 37세가 됐을 때의 소득을 추적했더니, '행복하다'고 답했던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신년기획 '2011년, 한국인이여 행복하라'에 해외 자문단으로 참여한 심리학·사회학·경제학·종교 전문가 12명 중 대다수는 "한국인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겪는 과정에서, 돈과 행복의 관계를 제대로 성립하지 못했다. 세계 경제 13위에 오른 한국의 국민들은 이제 부(富)의 증가가 행복과 직결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고민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 한강은 기적을 낳고 자살도 낳고… GDP 2만달러 시대, 물질 집착 그만

    한국에 대해 세계는 '기적'이란 말을 붙인다. '기적적 경제 성장' '처참한 전쟁 후 기적적 부상' '한강의 기적….'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전후 50배나 늘어났고, 세계 경제 13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같은 '성적표'를 본 사람들은 한국인이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여러 조사에서 한국인의 행복도가 최하위권인 것은 너무 빠른 경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긴 근무시간, 물질에의 집착, 남과의 비교 등 '부작용'을 털어내지 못한 탓이 크다. 물질에 대한 집착, 특히 '대박'을 꿈꾸는 심리는 행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돈에 목을 매는 인간의 심리가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것과 흡사하다고 분석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더 큰 만족감을 위해선 더욱더 많은 물질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GDP 2만달러를 돌파한 한국의 국민들은 이제 끊임없이 물질을 향해 달리는, 이 '물질의 러닝머신'에서 내려와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 정부의 ‘행복像’은 무엇인가… 보육·교육 정책 등에 ‘행복 목표’ 세워야

    행복학자들은 행복을 '주관적 웰빙'이라고 흔히 부른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GDP처럼 숫자로 정의되기 어렵고, 주관적인 자기 평가에 의존하는 면이 크다는 뜻이다. 한편 행복을 논할 때 개인적 차원의 행복과 사회적 차원의 행복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행복은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가,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가 같은 주관적·심리적 측면에 주로 의존한다. 그러나 사회를 위해 정부가 정의하는 행복은 달라야 한다. '행복한 사회'란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고, 전쟁과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구성원이 보호받으며, 일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뜻한다. 막연한 행복감(感)이 아닌,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국민의 행복'을 돕길 원한다면, 행복을 그저 '기분 좋은 상태'로 정의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지향하는 행복상(像)을 확실히 정립하고, 보육·교육·실업 등 사회 각 분야에 세세하고 구체적인 '행복 목표'를 세워야 한다.


    ■ 적절한 포기·긍정 훈련으로 ‘행복 체력’ 길러라

    낙천적 성격과 비관적 성격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측면이 많다. 어린 시절의 충격적 경험이 개인의 행복에 평생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행복은 이런 면에서 육체적 건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타고난 능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적절한 습관과 훈련으로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관리와 마찬가지로,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행복을 증진시키는 일에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 투자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급적 늘리고, 비관적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의식적으로 제거하고, 달성할 수 없는 목표는 빨리 포기하는 등 행복한 습관을 통해 행복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육체적) 즐거움과 건강이 같지 않듯이, 쾌락과 행복에도 차이가 있다. 쾌락은 일시적 현상이지만, 행복은 지속적 상태다. '행복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행복 체력'을 의식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 감사 메모·용서 노트·비틀스 노래… 나만의 ‘불행 해독제’ 만들어라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한 방'에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럴 수 있다는 과욕이 사회의 행복을 오히려 망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 차원에서 실행해볼 수 있는 몇 가지 심리적 팁(tip)은 분명히 존재한다. 수십 년 동안 행복을 연구해온 호주 행복연구소(happiness institute) 티모시 샤프 박사는 "살던 방식대로 계속 산다면, 당신의 (불행한)상태는 변할 리가 없다"며 '불행의 습관'을 타파할 수 있는 7가지 팁(tip)을 보내왔다. ▲한 주에 3개 정도, 감사할 만한 일을 메모하고 힘들 때 꺼내 보라 ▲자신이 실현 가능한 '가장 멋진 미래'의 모습을 적어두라. 이 모습을 기준으로, 현재 발생하는 사건들의 긍정적 면을 보도록 힘써라 ▲부정적인 고민에 빠지거나 남과의 비교 때문에 힘들 때, '나쁜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분 전환 전략'을 세워두라. '기분이 우울할 땐 비틀스의 노래를 듣는다' 같이 간편한 방법이 좋다 ▲남들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라. 남을 도울수록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자기 자신을 잃을 정도로,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취미를 가져라 ▲자신에게 잘못했거나 해를 끼친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용서 노트'를 만들어라 ▲육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잠을 자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라.


    ■‘2011년, 한국인이여 행복하라’ 해외 자문단(총 12명)

    랜돌프 네세 미시간대 진화학과 교수, 레이철 마르골리스 펜실베이니아대 사회학과 연구원, 루트 벤호벤 세계행복데이터베이스 소장, 브라이언 마틴 호주 울릉공대 사회학과 교수, 에드 디너 일리노이대 심리학과 교수, 조너선 하이트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교수(‘행복의 가설’ 저자), 줄리언 바지니 영국 ‘필로소퍼스 매거진’ 편집장, 캐롤 그래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톰 스미스 시카고대 전미 여론조사센터 팀장, 티모시 샤프 세계행복연구소 소장, 프랭크 딕슨 영국 글로벌시스템체인지 연구소 소장, 프랭크 라 ‘주관적 웰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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