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 전문직 93% "은퇴 후 봉사하고 싶다"고 답하는데…

입력 2011.01.21 03:00 | 수정 2011.01.21 11:03

봉사 기회는 찾기 어려워… "정부 손길 안 닿는 곳에 단비 뿌려줄 수 있는 인력"
미국·영국·일본에선 노인 봉사센터 운영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조건행(64)씨는 대기업에서 퇴직한 뒤 개인사업을 했다가 현재는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에 정기적으로 참여한다. 작년 초 서울 시내 한 구청에서 벽화 그리기 강좌를 들은 뒤 50~70대 지인 15명과 모임을 만들어 휑뎅그렁한 공공건물 벽에 화사한 색채를 입히고 있다. 그는 "질리지 않고 재미있게 계속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찾아 고심하다 벽화를 배웠다"고 했다.

200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실시한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조씨처럼 자원봉사 경험이 있는 60세 이상 노인은 10명 중 1명(12.1%)에 그쳤다. 서울대 최성재 교수(사회복지학)는 "욕구는 있지만 방법을 몰라 못하는 사람은 훨씬 많을 것"이라면서 "특히 50~60대 고학력 전문직들의 경우 은퇴 후에도 봉사를 통해 전문지식을 활용하고 싶다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고 했다.

그런 욕구를 객관적으로 측정해볼 방법이 없을까. 본지와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SERI CEO 회원'(연간 100만원 이상 구독료를 내고 연구결과를 받아보는 기업인) 3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가운데 압도적 다수(93.2%)가 "은퇴 후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선호하는 봉사 형태는 '전문지식을 활용한 재능기부(60.4%)→목욕봉사 등 소외계층을 몸으로 돌보는 봉사활동(22.5%)→물질적인 기부(14.5%)' 순이었다.

문제는 '봉사 인프라'였다. "봉사할 대상과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는가"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53%)이 고개를 저었다.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봉사 기회가 많은가" 라는 질문에도 절반(48.7%)이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 사회가 봉사 활동에 충분히 존경과 감사를 표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65.5%)이 과반수였다.

최 교수는 "현재의 50~60대는 과거의 노인 세대보다 학력이 높고 건강이 좋아 정부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분야에 단비를 뿌려줄 수 있는 인력"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노인들의 자원봉사 통로를 개발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찾아 사회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가령 미국은 연방정부가 '시니어 코(senior corps)'라는 노인봉사단을 운영한다. 청소년과 60세 이상 노인 멘토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 건강한 노인이 허약한 노인을 돕는 프로그램, 은퇴자들이 전문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도 1999년 민관 합동 연구단을 꾸려 50세 이상 연장자들을 자원봉사자로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했고, 그 결과를 묶어 '내무성 노인자원봉사사업(HOOVIL)'을 실천 중이다. 일본은 1971년부터 고용과 봉사를 결합한다는 원칙 하에 '실버인재센터'를 세우고, 봉사 활동의 종류와 강도에 따라 교통비 수준의 실비를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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