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인이여 행복하라] 핀란드 "일 때문에 살맛"… 한국 "일 때문에 죽을맛"

입력 2011.01.18 03:02 | 수정 2011.01.18 08:51

[2011년 한국인이여 행복하라] [8] 일과 행복, 핀란드와 비교

근무시간… 한국, OECD국가 中 가장 많이 일해… 3명중 1명 "괴롭다"
핀란드, 출퇴근 시간 자율… "일에 매우 만족" 한국의 3배


핀란드 헬싱키의 한 식품유통업체에서 일하는 코르호넨(38)씨의 출근 시간은 오전 6시 30분, 퇴근 시간은 오후 3시 30분이다. 회계 일을 하는 그는 매일 퇴근길에 '레이키푸이스토(공공보육시설·'놀이방'이라는 뜻)'에 들러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온다. 코르호넨씨 아내의 근무 시간은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아이 등교 준비는 아내 몫이다. 코르호넨씨는 "핀란드에선 부모가 출퇴근 시간을 서로 다르게 조정해 오전·오후로 아이를 나눠 챙기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서울서 직장을 다니며 4살 난 아이를 키우는 권지혜(38)씨는 혹시라도 퇴근시간이 늦어질까 날마다 노심초사다. 아이를 봐주는 아주머니가 오후 7시 30분이면 자기 집으로 '퇴근'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권씨가 둘 다 야근하는 날은 한 달에 약 10번. 그때마다 친정 엄마에게 전화해 "집에 좀 와 달라"고 부탁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을 일에 매달리면서도, 정작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나라다. 반면 '북유럽의 강소국(强小國)' 핀란드인들은 직장에 휘둘리지 않고 유연하게 일하면서, 일과 가정을 고루 챙긴다.

한국인의 연간 근무 시간은 2256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등이면서, OECD 평균의 1.3배에 달하는 수치다. 통계청 '2009년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1명이 '(긴) 근무시간 때문에 괴롭다'고 답했다. 일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도 바닥권이었다. 2008년 보건사회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직장인은 7.9%뿐이다.

핀란드 통계청이 실시한 '2008 노동·삶의 질(Quality of Work Life Survey 2008)' 조사에 따르면, 핀란드 직장인의 61%가 '출퇴근 시간을 30분 안에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핀란드인 10명 중 4명은 또 유연근무시간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원하는 것보다 많이 일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출퇴근 시간에 질질 끌려 다니진 않는다는 뜻이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는 핀란드 사람들은 25%가 '일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한국인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자기계발… 한국, OECD국가 中 휴가 가장 적어… 8.6%만 "자기계발"
핀란드 "여행도 공부"… 회사가 6개월 여행 경비 부담도

핀란드 헬싱키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아누 키르반타씨는 지난해 10월 아시아 배낭여행 길에 나섰다. 6개월 일정으로 여행을 떠나며 그는 반년 간 '안식 휴가'를 냈다. 회사는 '여행도 공부'라며 여행 경비의 일부를 대주겠다고 했다.

핀란드 에스푸(Espoo)시에 위치한 직업계 고등학교인 '옴니아(Omnia)' 학생 9000여명 중엔 2000명 정도가 30대 또는 40대다. 회사가 교육비를 지급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라"고 보낸 직장인들이다. 2008년 EU(유럽연합)가 27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핀란드 근로자들의 절반 이상(55%)이 "지난 1년간 회사가 비용을 부담한 직무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 직장인의 한해 평균 휴가 일수는 8.8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짧다. 핀란드인의 휴가는 세계 최장 수준(30일·마케팅 컨설팅사 '머서' 조사)으로 한국의 3배가 넘는데도 핀란드 정부는 별도의 '안식년 제도'를 운영한다. 핀란드 노동법은 1년 이상 한 직장에서 근무하면 자기계발 목적의 휴가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있고,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 무거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핀란드의 한 공기업 임원은 "비용이 들지만, 직원이 자기계발을 못하면 그 손해는 결국 회사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한국 직장인 중 자기계발을 위해 조금이라도 시간을 쓰는 사람은 8.6%(한국산업안전인력공단 조사 결과)에 불과하다. 업무 효율성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마케팅 컨설팅사 '타워스 왓슨'이 지난해 세계 22개국을 조사한 결과 '업무에 몰입해 일한다'는 한국인은 6%에 불과했다. 22개국 평균은 21%였다. 한국 직장인 대다수는 퇴근 후 대부분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신다고 답했다. 근무 시간이 길다 보니 자기 계발을 할 시간도, 여력도 없는 데 따른 악순환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기사에서 '고단한 근로자의 나라' 한국에 "워커홀릭의 천국"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일과 돈… 한국 "돈과 안정성 보고 직업 선택" 63%
핀란드 "돈보다 일의 내용이 중요" 60%


핀란드인은 직장을 고를 때 월급보다는 '일의 내용'을 중시했다. 반면 핀란드 통계청이 '월급 액수와 일의 내용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물었을 때, 핀란드 직장인 중 60%가 '일의 내용'이라고 답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직업 선택 기준 1위는 수입(33.2%), 2위는 안정성(30.0%)이었다. '일의 내용'에 해당하는 적성·흥미, 보람·자아성취를 고려해 직업을 고른다는 비율은 각각 11.8%와 10.9%에 그쳤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도 '돈'이란 답이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인의 직업과 행복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시카고대 전미여론조사센터 톰 스미스 박사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의 198개 직업에 종사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수입과 직업 만족도의 상관관계는 미약했다"고 말했다.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남의 삶을 개선하거나 창의적인 일을 할수록 높았다. 만족도 1위는 종교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고 2위는 물리치료사, 3위는 소방관이었다. 화가·조각가(공동 5위)·작가(7위) 같은 예술가 계열도 돈이 아니라 일 때문에 행복하다고 답했다. 행복도가 낮은 사람들은 대부분 택배나 포장 같은 단순 노동직 혹은 바텐더·웨이터·가구판매원 등 모르는 사람에게 '서빙'을 해야 하는 직종에서 일했다. 스미스 박사는 "소득 수준이 높고 사회적 명망이 높은 의사와 변호사는 상위권에 들어가지 못했다. 직업 만족도와 전반적인 인생 행복도는 거의 비례했으며, 이는 직업이 삶의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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