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 노년의 공포 '치매' 잡는 백신 2~3년내 나온다

입력 2011.01.17 03:00 | 수정 2011.01.17 11:55

[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 [10] 치매 조기 진단·치료 길 열린다
예방과 치료를 동시에 백신 20여종 임상시험 중
치매 발생 여부 예측 조기 진단법도 곧 실용화

경기도 성남에 사는 정모(86)씨와 이모(84)씨는 부부가 같이 치매를 앓고 있다. 결혼생활 68년을 동고동락한 노부부의 인연은 기가 막히게도 '부부 치매'로까지 이어졌다. 남편 정씨가 2003년 먼저 치매의 덫에 걸렸고, 1년 후 부인마저 치매 늪에 빠졌다.

부부는 현재 막내딸 집에서 '대소변 시중'을 받으며 함께 지내고 있다. 딸 정모(52)씨는 "부모님이 자식은 못 알아봐도 자기들끼리 서로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면서 마주보고 웃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6년째 '치매 부모' 부양을 하고 있다.

100세 수명시대 최대 공포는 치매다. 현재 전국에 환자가 약 4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10년 후엔 두 배 가까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치매 극복에도 서광이 비치고 있다. 화이자·릴리 등 다국적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현재 20여종의 치매 백신이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가 있다. 전문가들은 2~3년 후면 주사로 치매를 예방하고 고치는 백신이 등장하면서 치매 정복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치매는 '아밀로이드'라는 독성물질이 뇌에 과도하게 축적돼 뇌기능을 파괴하는 현상이다. 치매 백신의 원리는 '아밀로이드'에 달라붙는 대항 물질을 만들어 이를 제거하는 것이다. 일종의 치료제지만 치매가 막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투여하면 아밀로이드가 더 이상 뇌에 축적되지 않도록 하여 치매 예방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백신 개발의 최전선인 스웨덴 카롤린스카병원의 치매연구센터 벵트 빈블라드(Bengt Winblad) 소장은 현재 센터가 두 종류의 백신을 개발 중이라며 "이 백신이 효과적인 치료 전략인지는 2012년 여름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을 사람에게 쓰려면 1~3단계의 임상시험이 필요한데, 현재 2~3상(床·단계)에 와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곳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치매 발생을 억제하는 성분을 환자의 뇌에 직접 주입하는 시술도 이뤄지고 있다. "임상시험 환자 6명 중 2명은 빠른 속도로 기억력이 회복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국내 5~6곳의 대학병원에서도 다국적 제약회사가 개발한 치매 백신 임상시험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2상 시험을 마쳤고 효능을 보기 위한 3상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치매 백신은 앞으로 2~3년간 임상시험 마무리와 효능 평가기간을 거치면 실용화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치매 증상이 생기기 전에 치매 발생 여부를 예측하는 검사법도 실용화 준비가 한창이다. 아밀로이드가 뇌에 얼마나 많이 축적됐는지를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찍어 눈으로 확인하는 진단법이다. 미국·독일 등에서 대규모 임상시험 중이며, 국내 4~5개 뇌질환센터도 연구 목적으로 촬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는 "지금까지 150여건을 연구용으로 찍었는데, 건강검진 받듯 뇌 촬영을 하여 치매 발생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진단법도 2~3년 후면 병원에서 쓸 수 있을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치매 백신 등장과 맞물려 '치매 조기 발견→조기 치료'시대가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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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극복의 최전선을 달리는 스웨덴 카롤린스카병원 치매연구센터 현장.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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