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덴버대학교 조셉 코벨 국제대학원 학장)는 13일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최대의 패자(敗者)는 중국"이라고 말했다. 북핵 6자 회담 미국측 수석 대표, 주한 미국대사 등을 역임한 힐 전 차관보는 이날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과의 대담에서 "중국은 지금까지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핵보유국이었지만 이제는 북한이 핵개발에 가담했다"면서, "아마 (이 지역에서)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마지막 국가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왼쪽) 전 국무부 차관보와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이 13일 고려사이버대학교에서 북핵문제 등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함재봉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을 거치며 한국 여론은 중국에 실망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중국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정 아닌가. 오히려 지금 가장 불안정한 것은 북한이다. 통일은 중국에 손해가 되는 일도 아니며, 미국과 한국은 중국에 문제를 야기할 생각도 없다. 오히려 중국의 협조를 원한다. 중국은 미국과 한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미국과 한국도 중국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북한이 대화 공세를 펴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응은?

한국 정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 공조인데, 지금은 어느 때보다 한·미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둘째, 한국은 중국을 계속 설득하고 압박해야 한다. 지금 한반도에서 문제가 되거나 위협적인 존재는 한국이 아니라 아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라는 사실을 중국이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안보 면에서는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문제가 되지 않겠나.

그런 생각 자체가 낡은 생각 아닌가. 한국은 G20 정상회의 개최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독자적이고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국가가 됐다. 한국에 미국과 중국이 중요한 것만큼, 미국과 중국에 한국은 매우 중요한 나라다.

북한이 작년 말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했다. 북한은 줄곧 이를 부정하지 않았나.

북한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한다. 북한은 2002년 우리가 우라늄 개발 의혹을 제기했을 때부터 줄곧 이를 부정했었다. 심지어 중국과 러시아에도 거짓말을 했다. 북한이 지금 국제사회 전체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도 이런 거짓말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의 우라늄 개발 의혹과 정보를 갖고 있었지만, 북한이 계속 생산하는 플루토늄 문제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6자 회담을 통해 이 문제의 해결을 시도했던 것이다.

북한의 협상 스타일은 어떤가.

그들은 모든 것을 평양에서 지시를 받아 협상에 임했다. 하루는 낙관적이고 하루는 비관적이다. 종잡을 수가 없다. 또 하나의 난관은 북한과는 비공식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커피 한잔 하면서 가볍게 얘기를 나누며 협상을 쉽게 풀어가지만, 북한과는 언제나 같은 의자에서 같은 자세로만 대화해야 한다. 참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