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인이여 행복하라] 군대가 추억이 되는 까닭

조선일보
  • 김주환·과학 칼럼니스트
    입력 2011.01.14 03:07

    인간은 '불행'을 오래 기억안해 행복을 향해 뇌가 진화하는 듯

    김주환·과학 칼럼니스트
    요즘 젊은 부모들의 페이스북을 보면, 아기 사진 일색이다. '페이스북'이 아니라 '베이비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05년 타임지(紙)가 '인생에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준 한 가지'를 물었을 때 응답자의 35%가 '아이들'이라고 답했다. 과연 아이는 행복의 원천일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Kahneman)은 같은 주제에 대해 휴대폰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갑자기 전화를 걸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한가를 물어본 것이다. 조사 결과 '육아를 하고 있다'는 사람 중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결과에 대한 해석은 이렇다. 인간이 '겪고 있는' 행복과 '기억하는 행복'은 다르다는 것이다. 군대에서 별의별 고생을 다 한 남성들이 제대 후에는 그 경험을 유쾌한 추억인 양 늘어놓는 일을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대니얼 길버트(Gilbert) 교수는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라는 책에서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도저히 슬픔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지만, 인간은 결국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행복한 상태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불행'이라는 상태가 생각보다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코네티컷대 보건대 글렌 애플렉(Afflek)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웬만한 사건을 겪은 후 '불행하다'라는 느낌은 바로 그 다음 날부터 행복 쪽으로 반등하기 시작한다. 가장 큰 슬픔을 느끼는 '배우자의 죽음'의 경우, 15일쯤 지나면서부터 '불행의 느낌'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간의 심리가 계속 행복으로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음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들이다.

    2009년 아이오와주립대의 뇌신경학 학자들은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행복이 실제로 뇌 안에서 일어나는 작용이며, 행복을 만들어내는 뇌의 특정 부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러 사진을 보여준 참가자들이 '행복을 느낀다'고 말하는 순간, 뇌에서 언어와 관련한 영역을 관할하는 전전두엽 부위가 활성화됐다. 반면 불행이나 위협을 느낄 땐 인간의 원시적이고 동물적인 본능을 통제하는 뇌의 뒷부분이 반응했다. 행복이 비교적 늦게 진화한 뇌의 앞부분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뜻 아닐까.

    시카고대 심리학과 미하일 칙센트마이(Csikszentmihalyi) 교수는 몰입(Flow)이라고 부르는, '집중을 통한 행복'의 개념을 만들어 냈다. 행복이라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행복의 상태를 느끼는 심리적 상태에 몰입할 필요가 있다고 칙센트마이는 말한다. 어떤 조건 아래서 자신이 행복한지 파악하고, 그 지점에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힘써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을 믿으며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로운 인간이다"라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말처럼, '행복의 지점'을 알아내고 이를 향해 나아가는 데는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 여론조사 어떻게 했나

    조선일보와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2011년을 맞아 한국인 그리고 세계인의 행복을 분석하기 위해 국내 언론 최초로 다국적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10개 나라 5190명에게 26개 질문을 묻고 답을 받았다. 한국을 제외한 9개 국가(덴마크·말레이시아·미국·베트남·브라질·인도네시아·캐나다·핀란드·호주>)는 미국 갤럽이 실시한 월드 폴(World Poll), 그리고 영국 신(新)경제재단 등이 실시한 각종 행복관련 조사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한 나라들이다. 조사는 지난해 12월 16~24일, 9일 동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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