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美입양 피아니스트, 고국 꿈나무 키운다

조선일보
  • 박진영 기자
    입력 2011.01.13 03:02

    줄리아드 출신 케빈 콴 룩스
    어려운 학생 멘토 서비스 "인생 바꿀 계기 주고싶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트홀에서 케빈 콴 룩스(Kevin Kwan Loucks·29)씨가 김태은(16)군과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드보르자크의 슬라브무곡 15번을 합주했다. 룩스씨는 자신이 피아노를 가르친 태은군과 이하연(12)양, 다른 재능기부자 6명이 가르친 학생 20명과 함께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과 부산, 경기도 분당의 백화점 지점을 돌며 연주회를 열었다.

    갓난아이였던 1982년 미국에 입양된 그는 지난 3일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재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멘토(조언해주는 사람)가 돼주기 위해서다. 그는 문화예술교육협회와 함께 연주 동영상을 보며 학생들을 선발했고, 4일부터 피아노를 가르쳤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트홀에서 미국에 입양된 피아니스트 룩스(사진 가운데)씨가 그의 지도를 받은 김태은군·이하연양과 피아노 앞에 앉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룩스씨는 줄리아드 음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뉴욕 스토니브룩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방산업체 한국지사에서 일하다 룩스씨를 데려간 부모는 얼마 뒤 이혼했고, 그는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집에서 살았다. 그의 가운데 이름 콴은 그의 한국 이름 '신관웅'의 가운데 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은퇴한 외할아버지가 피아노 레슨을 받던 1983년 두 살배기 룩스씨는 피아노를 따라 배우기 시작했다. "외할아버지 옆에 있던 제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음악을 듣고 피아노를 따라 쳤다고 해요. 말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피아노를 배운 거죠."

    룩스씨는 자라는 동안 단 한 번도 '나와 가족들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그의 어머니는 입양 사실을 밝혔지만, 그는 "온 가족이 저를 격려하고 사랑해줘서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과거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 건 대학에 입학한 2000년이었다. 18세 생일을 맞은 날 룸메이트가 "지금쯤 너의 어머니는 뭐 하고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을 했다. 룩스씨가 대수롭지 않게 "글쎄, TV를 보고 계시지 않을까"라고 답하자 룸메이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너의 생모 말이야. 너를 낳았으니 생일을 기억할 테고, 그럼 네가 이제 18세가 됐다는 것도 알 텐데…."

    그 뒤 그는 대학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과거를 찾아나섰다. 입양 기관을 통해 생모를 찾으려고 노력한 끝에 9일 첫 공연 때 꿈에 그리던 생모를 만났다. 룩스씨는 "어머니가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좋았다"며 "어머니가 나를 입양시킬 수밖에 없었을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13일 출국하는 룩스씨는 "내가 멘토가 된 김군과 이양은 앞으로도 계속 가르칠 것"이라며 "학생들과의 만남은 비록 짧았지만, 그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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