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 일본 도심형 요양시설 '잇큐안' 가보니…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 동네 사람들 '북적북적'

입력 2011.01.13 03:02

[7] 요양원의 대변신
레스토랑 운영·콘서트 열어 노인과 젊은이들 교류 늘려… '대가족 사랑방'으로 자리매김

일본 도쿄에서 북쪽으로 300㎞ 떨어진 도야마(富山)시. 명물 요양원으로 일본 내에서 유명해진 사설(私設) 요양원 '잇큐안(一休庵)'은 인구 42만명의 전형적인 이 지방도시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었다. 2층짜리 시설의 벽은 온통 화사한 베이지색으로 채색돼 마치 신혼집 같았다. 중년 남성에서부터 엄마 손을 잡은 꼬마들까지 동네 사람 발길이 그치지 않아 활기가 넘쳤다.

나가하마 기요미치(長浜淸通·60) 원장은 2007년 '자식·손주뿐 아니라 동네 사람도 찾아오는 요양원'을 목표로 '잇큐안'을 열었다. 그저 시설만 말쑥한 게 아니라, 온 동네를 아우르는 '대가족 사랑방'을 지향하기로 했다.

단독 주택형 노인 요양원 ‘잇큐안’의 나가하마 기요미치 원장(사진 왼쪽)이 이곳 레크리에이션 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지역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종이접기를 하는 노인들 표정이 마치 자기 집 안방에 있는 듯 평온하고 여유롭다. /도야마=민봉기 기자 bongs85@chosun.com
쉽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녀조차 부모 찾는 발길이 뜸해지기 쉬운 게 인지상정이다. 고민을 거듭하다 내린 결론이 '음식으로 잡자'였다. 요양원 식당이 '맛집'으로 소문나면 먹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올 거라는 발상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잇큐안의 1층에 있는 레스토랑은 매일 메뉴가 바뀌는 런치(450엔·6300원)를 먹으러 온 주민 50여명으로 날마다 테이블 10개가 꽉 찬다. 호텔 수준의 뷔페(900엔·1만2000원)가 나오는 수요일은 예약 없이 식사할 수 없을 정도다. 연두부·채소무침을 찾는 중장년부터 카레·돈가스·스파게티를 찾는 젊은층까지 두루 단골이 많다.

잇큐안은 '동네 한복판 요양원'의 성공사례로 유명해졌다. 인가에서 뚝 떨어진 곳에 대규모 시설을 짓던 과거와 달리, 도시 주거단지 한복판의 단독주택에 소규모 요양원을 세우고 맛집과 문화강좌로 지역 주민을 끌어모으자는 발상이다.

나가하마 원장은 "요양원을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입주 노인과 주민들이 처음보다 훨씬 자연스레 어울리게 됐다"고 했다.

이곳 운영원칙은 '교류를 소중하게'이다. 노인이 젊은이와 어울릴 기회를 최대한 늘리자는 얘기다. 연말에는 잇큐안 식당에서 전자기타 콘서트를 연다. 주방장이 주 1회 주부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명절 때는 도시락 주문도 받는다. 1층 미용실은 '염가 파마'(6500엔·9만원)로 인기다.

노인 입주자 25명은 표정에 생기가 돌았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가 있는 노인만 전문인력이 따라붙고, 나머지 노인들은 요양원 안을 자유롭게 오가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 휴게실에서는 동네 노인 10여명이 종이접기를 하고 있었다. 잇큐안은 하루 700엔(9800원)씩 받고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공예·미술·재활훈련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직원 야마네 미와코(山根美和子)씨는 "(잇큐안에 입주한) 친구들을 찾아 놀러 왔다가 하룻밤 묵어가시는 노인분들도 있다"고 했다.

이곳 이용료는 보증금 없이 월 10만엔(140만원)이다. 혼자 생활하기 힘들다고 판정받은 노인은 10%만 자기가 내고 90%를 공공 부문이 부담한다. 한국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비슷한 '개호(介護)보험' 덕이다.

나가하마 원장은 건축가로 일하다 부친이 작고한 뒤 잇큐안을 세웠다. "나이들면 자식·손주도 귀하지만 같이 늙어가는 친구가 최고"라던 부친의 말씀이 계기가 됐다.

잇큐안의 노인 입주자는 대부분 인근 지역에서 살던 주민들이다. 나가하마 원장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쭉 살던 마을에서 조용히 늙어가기를 꿈꾼다"라고 했다. 보통 사람도 100세 가까이 살게 되는 100세시대의 새로운 요양원 모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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