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노벨인사상' 있다면 이 대통령에게

조선일보
  • 양상훈 편집국 부국장
    입력 2011.01.11 23:02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 어떻게 이토록 잘못할수 있는지 '감탄'할 정도
    그에 대한 반성도 없기 때문에 이런 인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양상훈 편집국 부국장

    인사(人事)는 사람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인 만큼 노벨물리학상처럼 노벨인사상도 하나 있으면 어떨까 상상을 해본다. 그 상상 속 노벨인사상은 인사를 아주 잘하는 사람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인사를 잘못해도 어떻게 이토록 잘못할 수 있느냐고 '감탄'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그런 노벨인사상이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을 두고 이렇게 경망스러운 상상을 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인사가 사람들을 어이없게 만들고, 화나게 하고, 짜증나게 만드는 데 있어서 거의 '예술'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이렇게 인사를 하는 것은, 인사라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 대통령의 첫 인사로 '고소영'이니 뭐니 하는 말들로 엉망이 돼버린 첫 내각을 떠올리지만, 취임하자마자 했던 한나라당의 전국구 의원 인선도 그에 빠지지 않는다. 지금 그 리스트를 다시 보아도 어떻게 이렇게 무의미하고 어지러운 인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작부터 그랬다.

    이 대통령은 인사로 만들어지는 전체 그림을 볼 줄 모른다. 인사는 말로는 "능력 위주"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안배'를 해서 큰 그림을 균형있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의 능력이란 것이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닌 반면, 안배가 잘못되면 몇백만명을 단번에 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육군·공군·해군 참모총장이 모두 같은 지역 출신이다. 이 대통령은 첫 비서진을 단 두 개 지역 출신만으로 구성했다. 인사의 결과로 전체 모양이 어떻게 되고, 그것이 국민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 것이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이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인사엔 명분이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 중에서 왜 하필 그 사람을 골랐느냐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에 자신의 비서 출신을 시키려 했다는 것은 명분이 없는 게 아니라 명분을 짓밟는 것이다.

    인사를 하려면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사람을 볼 줄 모른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국방장관을 시키려고 했던 사람은 김관진씨가 아닌 자신의 비서였다. 그 비서가 신상에 문제만 없었으면 이 대통령은 분명히 그를 시켰을 것이다. 군인들을 만나보았더니 "정말 그 사람만은 아니다"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딴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만은 안 된다'는 바로 그 사람을 고른다. 그것도 안보가 이토록 위중한 상황에서 그런 판단을 내린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이 되기 전까지 인사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인사를 잘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잘못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사실 인사는 잘못하지 않으면 잘하는 것이다. 인사를 잘못하는 대표적인 것이 자신이 알고 친한 사람, 편한 사람만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아는 사람, 친한 사람, 편한 사람만 골라서 쓴다. 왜 그러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한 사람이 "대통령은 알고 보면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라고 했다. 모르는 사람과 금방 잘 어울리지 못하고, 전에 알던 사람들과 계속 교유하고 싶어하는 성격이란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이 자신의 마음에 따라 인사를 하면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이란 얘기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인사를 잘못한다', '할 줄 모른다'는 평가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은 잘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고서는 계속 이렇게 할 리가 없다.

    이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40~50%의 국정 지지율일 것이다. 청와대에선 이 국정 지지율이란 것을 대단히 중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반대로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은 "이러다 내년 총선에서 전멸한다"는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전화 여론조사로 '지금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를 물어서 국민의 진짜 심중을 얼마나 측정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업적, 예컨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났던 금융위기 극복이나 세계에서 가장 양호한 수준의 경제회복은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그런 업적이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와 같이 사람들을 화나게 하고 짜증나게 만든 일들의 누적이다.

    내년 총선에서 민심은 어느 쪽으로 표출될까. 이 대통령식 인사를 한두 번만 더 하면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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