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재취업 무덤' 한국] 64세 최은영씨의 경우… 31년 화려한 직장 경력에도 재취업은 꿈 못 꾸는 그녀

조선일보
  • 이인열 기자
    입력 2011.01.10 03:02 | 수정 2011.01.10 08:53

    서울의 명문 여고와 명문 사립대 영문과를 나온 최은영(64·가명)씨는 대학 졸업(1969년) 후 외국계 제약사 등에서 25년간 직장생활을 했고, 이후 6년 정도 학원에서 영어강사 생활을 했다. 하지만 54세(2000년)에 학원을 나온 뒤 그녀의 삶은 급전직하했다.

    "학벌도 좋고 경력도 화려한데 설마…" 했지만 재취업은 꿈도 꾸지 못했다. 기업체는 물론 학원에서도 50대는 거들떠보려 하지 않았다. 한때는 정부·지자체 등이 내놓는 중·장년층 일자리 사업에 희망을 걸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100세 인생의 사다리'가 아니라 '6개월 시한부' 일자리였다.

    재작년엔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4~6세 대상 영어교육 사업에 참여했다. 월수입은 고작 40만원이었지만 '내 경험과 능력을 살려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자 "예산이 없어졌다"면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4월부터는 한 공기업이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 프로젝트에 참여해 독거노인을 돌보거나 아파트 단지 내 도서실 관리 등의 일을 했다. 이 역시 6개월 만에 끝났다. 이어 동네 자연학습공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희망근로사업 일자리를 얻었지만, 정확히 6개월 만에 일자리가 없어졌다. 혼자 사는 그는 요즘 한 달에 50만원 벌기가 빠듯하다. 최씨는 "멀쩡하게 대학 나와 멀쩡하게 회사 다니다 은퇴한 내가 이런 극빈층 수준으로 몰릴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평생직장에다 수명도 짧았던 시절은 60~65세 정년만 제대로 채워도 10~20년간의 '짧은' 노후 해결이 비교적 쉬웠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보통 사람도 100세 가까이 살게 되는 '100세 시대'가 왔는데도, 정작 일에서의 은퇴 시점은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방하남 선임연구위원이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주된 직장(main job)'에서 은퇴하는 연령은 51세(남성 기준, 여성은 49.9세)에 불과하다. 이 은퇴 연령은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다. 은퇴 후 50년 가까운 세월을 제대로 된 일자리 대책 없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고용에서 이직·직업전환 등 모든 사회 시스템이 여전히 '인생 70세 시대'에 맞춰져 있다. 방하남 위원은 '가늘고(임금) 길게(정년)' 일하게 하는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며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더라도 고용시장의 '완전은퇴' 시점은 늦출 수 있도록 재취업 지원 등의 '점진적 은퇴'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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