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역 시설에 1000만원만 투자했다면

조선일보
  • 김유용 서울대 교수·동물생명공학
    입력 2011.01.06 23:11

    김유용 서울대 교수·동물생명공학
    작년에 3번이나 발생한 구제역이 해를 넘겨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백신만으로는 100%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차단방역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많은 농장에서 종업원들이 철저한 차단방역 없이 매일 출퇴근을 하고 있다. 축산농가들을 자주 방문하는 수의사, 컨설턴트, 인공수정사, 임신진단사, 사료회사 직원, 가축출하차량 및 사료수송차량 등도 제대로 차단방역을 하지 않고 있다.

    수의사나 컨설턴트들조차 말로는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방역복이나 장화를 신는 기초 조치만 하고 농장을 출입하고 있다. 그것도 하루에 여러 농장을 한꺼번에 방문한다. 작년 11월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한 컨설턴트가 안동에서 충남지역으로 이동했다. 그의 이동 경로에 있던 2만여두의 돼지들이 살처분당했다.

    국토 면적이 좁은 덴마크·네덜란드 등의 축산 선진국엔 구제역 등의 질병이 없다. 물론 그들 나라 주변에 중국과 같은 거대한 구제역 상시 발생 국가가 없기도 하지만, 외부인에 대해서 농장별·회사별로 철저한 차단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농가를 방문하는 수의사, 컨설턴트, 축산관련 회사직원이 여러 지역을 담당하지 않고 특정 지역만 담당하도록 지정하고 있다. 우리도 빨리 도입해야 할 제도다.

    우리나라 축산농가들이 EU의 축산농가들처럼 농장 출입자들이 샤워를 하게 하고, 차량들이 농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면 이처럼 순식간에 구제역이 확산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필자의 실험농장은 샤워장을 설치하여 종업원을 포함하여 누구나 예외 없이 샤워를 해야만 농장을 출입할 수 있다. 외부차량도 농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질병 발생은 한 건도 없다. 백신이나 약품을 다른 농장들보다 훨씬 적게 사용하면서도 5년 동안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 7000여 양돈 농가 중 샤워장을 설치하고 외부인 출입 시 의무적으로 샤워를 하도록 하는 곳이 100여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소사육 농가 중에는 거의 없다. 샤워실과 외부 출하대를 만드는 데 1000만원도 들지 않는다. 1년에 억대의 매출을 올리며 1000만원을 투자하지 않아 이런 엄청난 사태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전국의 모든 축산농가가 차단방역의 기본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그런 시설이 없이는 축산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인근의 중국·베트남·태국·몽골과 같은 나라는 구제역 방역을 사실상 포기한 나라들이다. 이런 나라들과 엄청난 인적·물적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여행객을 대상으로 공항에서 간단한 소독을 한다고 구제역을 차단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불가항력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방법은 농장에서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축산농가들이 자신의 농장을 철저히 차단하고 방역하면 우리도 구제역 청정국가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정부의 관리도 철저해져야 한다. 대만은 1997년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엉뚱한 백신을 사용했다. 결국 전체 돼지의 절반 가까이를 살처분하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살처분하고 다시 전수조사를 했더니 돼지 숫자가 그대로였다. 애초 통계가 엉터리였던 것이다. 우리도 상황을 다시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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