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 '현대판 불로초(장수 약물)' 실마리는 잡았다

조선일보
  • 박상철·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생화학교실 교수
    입력 2011.01.06 03:00 | 수정 2011.01.06 09:01

    항생제 '댑슨' 장기복용 한센병 남자 환자들, 평균보다 7~8세 장수
    장수 효과 검증과정 필요… 5~6년 후 결론 나올 듯

    지금 전 세계 수많은 과학자가 인간의 활력과 수명을 늘리는 '장수(長壽) 약물'을 먼저 찾으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장수 약물 후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만, 과학자들을 만족하게 하는 것은 없었다.

    최근까지 가장 강력한 장수 약물로 기대를 모았던 포도주의 유효성분 '레스베라트롤'의 수명 연장 효과가 결국 과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해 큰 실망을 준 적이 있다. 요즘은 '라파마이신'이라는 약물 효과에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남태평양 이스터섬의 토양에서 발견된 이 물질은 그동안 면역억제제 등으로 쓰였고, 동물실험에서 수명 연장 효과가 나타나 기대를 모은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장수 연구자들을 흥분시키는 약물이 나와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발(發) 장수 물질'인 셈이다.

    필자가 이 약물의 효과를 발견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몇년 전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전남 소록도를 방문했다가 머리를 때리는 듯한 발견을 하게 됐다. 70~80세 되는 한센병 환자들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젊게 보이는 것이었다. 기력들도 좋았다.

    이들의 지난 20여년간 평균 수명을 조사했더니, 남자의 경우 한국인 평균보다 7~8세가 길었다. 한센병은 나병균 감염으로 피부와 말초 신경이 망가지는 병이다. 젊은 시절 한센병에 걸려 손·발이 뭉개진 이들이 왜 천천히 늙는 걸까. 행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평생 '댑슨(Dapsone)'이라는 항생제를 먹어왔던 사실을 알았다. 한센병 치료가 끝났음에도 재발에 대한 공포로 이 약을 40~60년간 매일 먹어왔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연구팀이 댑슨 연구에 착수했고,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선충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평균 수명이 30% 이상 연장된 것이다. 선충의 활동력도 증가했다. 약물이 노화를 일으키는 체내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다. 한센병 환자들의 혈액 분석에서도 항(抗)산화 능력이 높게 나왔다. 지난 연말 내가 이런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보(PANA)에 발표하자 각국의 장수 연구소에서 공동연구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약물이 장수 효과를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3종 이상의 동물에서 동일한 효과가 나와야 한다. 또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정하는 3개 연구기관에서 공통의 효과가 입증돼야 하고, 장기간 사용해서 부작용이 없다는 점도 증명돼야 한다.

    우리 연구팀은 댑슨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한센인에 의해 별문제 없이 사용됐으며, 그 과정에서 효용이 검증됐다는 점에서 장수 약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기대한다. 그렇다고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이 약을 일반인이 임의로 장수 목적으로 복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어떤 부작용이 숨어 있을지 현재로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명 연장 약물이 최종 탄생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쥐 실험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쥐의 수명은 약 2년이니까 최소 3년 이상 실험을 해야 한다. 다양한 실험 기술을 가진 선진국 연구소와의 국제 공조도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앞으로 5~6년 후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과학 연구에서 확실한 수명 연장 효과가 증명된 것은 식이 제한, 즉 소식(小食)뿐이다. 적게 먹는 것이 활성산소의 생성을 줄여 노화를 억제한다. 언젠가는 장수 약물이 등장하겠지만, 아직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정기적인 운동을 하고 질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만큼 확실한 장수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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