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 "쉰에 첫 아이 낳았어요" 올드 맘(old mom) 시대

조선일보
  • 특별취재팀
  • 김철중
    입력 2011.01.05 03:00 | 수정 2011.01.05 08:43

    만혼→노산→저출산 경향 2030년 34세 가장 많이 출산 늦게 낳고 적게 낳는 시대로
    일찍 결혼·일찍 출산하게 저출산 정책 방향 바꿔야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정복(50)씨는 지난해 12월 10일 2.65㎏의 건강한 아들을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했다. 서른아홉 살에 결혼해서 10년 만에 어렵게 얻은 아들이라 온 집안이 축제 분위기다. 쏟아지는 축하 전화로 남편(51·사업) 휴대전화는 불이 났다. 김씨는 스스로를 '인간 승리'라고 했다.

    "아들이 대학생이 되면 저는 칠순 잔치를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부부는 남들보다 늦은 만큼 아이 교육자금도 알뜰히 준비해 놨고, 건강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어요. 우리 둘 중 하나는 최소한 80세 이상 살 테니 부모 노릇도 톡톡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정복(50)씨는“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결혼 10년 만에 아들을 얻은 김씨가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강남차병원 병실에서 태어난 지 열흘 된 아들을 안아보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보통 사람도 상당한 확률로 100세 가까이 살게 되는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출산 연령도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이젠 40대 출산도 드물지 않다. '올드 맘(old mom)'이 대세(大勢)가 된 것이다.

    신(新)기대수명을 산출한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이 통계청의 출생통계 11년치(1997~2007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 여성의 '출산 피크 연령'(그해 가장 많이 출산한 여성 연령)이 '1981년 26세→2010년 30세'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기준으로 바꿔 말하면 1981년에 태어난 아기는 10명 중 8명이 20대 엄마 품에서 첫 울음을 터트렸지만, 2009년에는 아기 10명 중 4명만 20대 엄마 품에 안겼다.

    반면, 30대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네 배 늘어났고(14.7%→56.8%), 40대 엄마 품에 안긴 아기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0.95%→1.7%).

    출산 피크 연령은 갈수록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은 20년 뒤 출산 피크 연령이 31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박 교수팀은 새 분석틀을 통해 2030년 이 연령이 만 34세로, 통계청 예측보다 세 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30~40대 엄마가 늘어나는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출산 피크 연령에 도달했을 때 실제로 아기를 낳는 여성의 수 역시 줄어들고 있다. 1981년에는 출산 피크 연령(26세)에 도달한 여성(1955년생) 4명 중 1명이 엄마가 됐다(26.5%).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난 2010년에는 출산 피크 연령에 도달한 여성(1980년생) 8명 중 1명만 아기를 낳았다(12.2%). 2030년에는 출산 피크 연령 여성(1996년생) 9명 중 1명만 실제로 아기를 낳을 것으로 박 교수팀은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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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차병원 차동현 교수는 "50대 중반에 다른 사람 난자를 통해 쌍둥이를 낳은 사례가 심심찮게 나올 정도로 불임치료 기술이 발달해 노산(老産)의 두려움이 엷어졌다"고 했다. 현대 의학의 도움으로 과거엔 상상할 수도 없던 '늦둥이'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늦게라도 아이를 갖고 싶은 부부에겐 노산이 축복일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재앙 측면이 크다. 노산이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대에 출산하면 둘째, 셋째를 낳을 여지가 많지만, 30대 중반~40대에 출산하면 연년생을 낳지 않는 한 아이를 여럿 낳기 힘들다.

    '100세 쇼크'는 '만혼(晩婚)→노산→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 고리를 끊지 않으면 100세 시대의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로 쪼그라드는 내리막길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한양대 김두섭 교수(저출산대책포럼 위원장)는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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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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