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 "71년생(올해 만 40세) 돼지띠 남성들 절반이 94세 이상 산다"

조선일보
  • 특별취재팀
    입력 2011.01.03 03:00 | 수정 2011.01.03 09:33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 "의학 발달에 가속도 기대수명 훨씬 늘어"

    보건복지부 이상영(57) 연금정책국장은 물 맑고 볕 좋은 전남 순천에서 자라 27년간 복지부에 근무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별로 아파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혈압 정상(110/90)에 간(肝)도 좋고 당뇨도 없다. 직원들은 "국장님은 감기도 잘 안 걸리는 건강체질"이라고 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09년 생명표'에 따르면, 이 국장이 태어난 1954년생 남성의 기대여명(餘命)은 25.1년이다. 2009년을 기준으로 평균 25.1년을 더 살고 80.1세에 숨을 거둔다는 의미다. 이 국장은 "평균보다 오래 사는 사람도, 일찍 가는 사람도 있으니 나 같은 사람은 83~84세쯤 살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 국장의 예상을 앞질러 갈 가능성이 크다. 의학 발달에 가속도가 붙어 한국인의 수명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큼성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통계 전문가인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팀이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통계청의 출생자·사망자·사망원인 통계(1997년 1월~2007년 12월)를 토대로, 의학발달을 감안한 새로운 기대수명을 계산해보았다. 그 결과 한국인의 수명이 통계청 예측보다 훨씬 빨리, 더 길게 연장돼 보통 사람도 상당한 확률로 100세에 근접하는 '100세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것으로 나타났다.

    1954년생 이 국장의 경우, 통계청은 80.1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했으나 박 교수팀은 39.6%의 확률로 98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했다.

    즉 박 교수팀의 새 기대수명 예측에 따르면, 현재 살아있는 1954년생 남성의 79%(1000명 중 792명)가 20년 뒤인 2030년까지 무사히 살아남고, 이들 79% 중 절반은 그때부터 다시 22.6년 더 살게 된다. 요컨대 현재 살아있는 10명 중 4명(39.6%)이 98세 생일상을 받게 되는 셈이다. 동갑내기 여성은 더 높은 비율(46.2%)로 98세까지 살게 된다.

    이 같은 차이는 박 교수팀 예측이 '예상보다 빠른 의학 발달'이라는 변수를 추가해 기대수명을 계산한 데서 비롯된다. 통계청은 출생신고·사망신고 등을 바탕으로 '현재 시점'에서 기대수명을 예측하지만, 박 교수팀은 의학 발달 속도에 가속도가 붙어 사망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미래 시점'에서 기대수명이 어떻게 될지 동태적으로 예측했다.

    그 결과 통계청 예측을 뛰어넘어 장수하는 경향이 모든 세대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올해 만 40세가 된 1971년생 남성은 현재 살아있는 사람 절반(47.3%)이 94세 생일상을 받고, 같은 해 태어난 여성은 더 높은 비율(48.9%)로 96세 생일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만 30세가 된 1981년생은 현재 살아있는 남성 절반(48.6%)과 여성 절반(49.3%)이 각각 92세, 95세를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윗세대는 어떨까? 해방둥이 1945년생은 현재 살아있는 남성 5명 중 1명(23.4%)과 여성 3명 중 1명(32.3%)이 101세 생일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살아있는 50대 이하 한국인은 세대를 막론하고 절반 가까이가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까지 생존하고, 그보다 윗세대 역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비율로 100세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동안에도 기대수명은 통계청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연장돼왔다.

    지난 2000년 통계청은 "기대수명이 '2010년 78.8세→2020년 80.7세→2030년 81.5세'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5년 뒤인 2005년엔 '2010년 79.6세→2020년 81.5세→2030년 83.1세'로 수정했다. 2020년에야 돌파한다던 '80세의 벽'을 이미 2008년에 뛰어넘은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모든 제도·시스템과 국민 인식은 여전히 '80세 시대'에 머물러 있다. 연금·복지·보건·국가재정은 물론, 교육·취업·정년제도, 개인의 재테크와 인생플랜이 모두 '60세에 은퇴해서 80세까지 사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다. 즉 '20대까지 배운 지식으로 50대까지 일하고 60대 이후엔 할 일이 막막해지는' 체제다.

    이것을 '평생 동안 끊임없이 배우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건강하게 일하는' 체제로 바꿔야 행복한 100세 시대를 맞을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100세 쇼크'는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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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세쇼크' 어떻게 조사했나

    통계청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기대수명을 예측한다.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와 김성용 통계연구소 연구원은 2030년이라는 미래 시점을 기준으로 신(新)기대수명을 예측했다.

    박 교수팀은 통계청이 작성한 월별 출생자·사망자·사망원인 집계(1997년 1월~2007년 12월)를 기초 자료로 활용해, 이 기간 동안 나이와 성별에 따라 사망원인과 사망시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변화의 패턴을 파악했다.

    이 같은 변화가 20년간 누적될 경우, 2030년에는 기대수명이 어떻게 될지 따져 동태적인 변화상이 반영되는 새 기대수명을 계산해냈다. 첨단 통계 기법인 베이시안(Bayesian) 기법과 시계열 기법을 활용해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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