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쇼크] 행복일 경우… 저출산 해소돼 손자도 많아

조선일보
  • 특별취재팀
    입력 2011.01.02 22:51 | 수정 2011.01.03 08:58

    [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 [1] 2071년 100세 되는 장대석씨, 두 가지 시나리오…'행복일 경우'
    국민연금·개인연금 수입에 주2일씩 일해 '3층 소득구조'… 행복도, 40세에 바닥 찍고 상승

    기분 좋은 바닷바람에 장씨는 눈을 떴다. 발밑에서 인도양의 파도가 출렁거렸다. 그는 성탄절에 크루즈 선박을 타고 부산을 출발해, 결혼 73주년을 맞는 부인과 함께 따뜻한 바다에서 새해 일출을 봤다.

    배를 타고 관광하면서 건강검진도 받고 요가 수업도 받는 ‘실버 크루즈’는 그 또래 노인들에게 대인기였다. 크루즈 여행뿐 아니라 다양한 여행상품이 쏟아져나와 100세인들을 유혹했다. 정부가 일찍부터 ‘건강한 고령화’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노인들 건강을 챙긴 덕분에, 요즘 100세 노인은 해외 여행도 거뜬히 해낼 만큼 팔팔했다. 이들을 가리켜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는 시사 용어도 나왔다. (산케이신문 ‘100세 시대’ 특별취재팀)

    장씨는 인터넷에 접속해 조선일보 신년호를 읽었다. 국내외 석학들에게 최근 200년간 인류가 골몰한 ‘가장 바보 같은 고민’을 물은 기사가 흥미로웠다. “1위, 기차가 처음 나왔을 때 ‘인간은 시속 40㎞ 이상의 탈것을 탈 수 있도록 창조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19세기 영국 과학자들. 2위, ‘100세 쇼크가 현실이 되면 재정파탄·노인빈곤·건강격차 등이 큰 사회문제가 된다’고 경고한 2011년 조선일보 특별취재팀.”

    장씨는 60대 이후 두 번 폐암·위암 진단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거뜬히 일어났다. 정부가 ‘건강한 고령화’를 최우선 국정목표로 삼은 덕분에 국민 대다수가 맞춤형 건강검진으로 각종 질병을 저렴한 비용으로 조기에 뿌리 뽑을 수 있었다.

    장씨가 젊었을 때는 “미래에는 고학력·고소득·건강을 갖춘 상류 계층과 저학력·저소득·질병에 시달리는 하류 계층으로 인류가 양분된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교육’과 ‘일자리’였다. 20대에 배운 지식으로 50대까지 먹고 살다 60대 이후 은퇴하는 시스템을 깨고, 평생동안 수시로 일과 공부를 오가며 정년 없이 여러 직업을 차례로 갖는 사회 시스템이 정착된 것이다. (스튜어트 올샨스키 일리노이대 교수)

    장씨는 100세가 된 지금도 매주 이틀 홍보회사에 나가 자문을 해주고, 나머지 시간은 역사소설을 쓰며 현역으로 살고 있다. 그는 50대부터 소설과 경영서적을 총 7권 썼는데 그중 2권이 매년 1만권쯤 꾸준히 나가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인세수입·홍보회사 자문료·국민연금·개인연금을 합쳐 월 400만원씩 안정적으로 수입이 생겼다. 전문가 충고에 따라 일찍부터 노후 준비에 신경 쓴 보람이 있었다. 그는 후배들에게 틈나는 대로 자기 노하우를 전수했다.

    새해 만 40세가 되는 장대석씨가 경기도 성남 아파트를 나와 서울 논현동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동갑내기 부인과 남매를 키우는 장씨는“열심히 준비해 장수가 축복이 되는 노후를 맞고 싶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자녀 교육에 지나치게 돈을 쏟아붓지 마라. 최고의 노후 대비는 평생 현역으로 살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일해서 버는 돈에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쳐 ‘3층 소득구조를 만들어라. 이것으로 장수리스크와 자녀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다.” (강창희 미래에셋금융 퇴직연금연구소장)

    장씨처럼 미리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양보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소모적인 논쟁 없이 국민연금 개혁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더 내고 덜 받는’ 대신 사각지대를 크게 줄이는 방향이었다. (국민연금운영개선위 ‘국민연금 운영개선방향’ 보고서·2008년)

    장씨 부부는 크루즈 선박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뒤 갑판 벤치에 앉아 자녀들과 인터넷 입체 화상 전화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았다. 참새 같은 증손주 10명의 재롱도 마음껏 즐겼다. 보육 시스템 개선으로 저출산이 해소된 덕분에, 자녀들이 아이들을 여러 명 낳고도 직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70대에 접어든 아들은 자동차 회사 사장 시절 노인 운전자들을 겨냥한 신차를 개발해 대히트를 쳤다. 운전자의 혈압·심박수·안구(眼球) 움직임을 체크해서 피로나 질병의 징후가 감지되면 곧바로 ‘자동운전’ 모드에 들어가는 차였다. (매사추세츠공대 노화연구소)

    의사가 된 딸은 세계적인 노인병원을 차려 해외 환자들을 한국에 끌어들였다. 전 세계 의료기술 산업은 해마다 급팽창했고(2008년 3조2000억달러->2015년 5조2000억달러) 그중 상당 부분은 ‘의료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의 몫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유상·김동원 수석연구원)

    장씨 부부는 신혼 같은 기분으로 바닷바람을 쐤다. 승객 중에는 장씨 부부처럼 오랫동안 해로한 부부도 있지만, ‘황혼 재혼’한 커플도 많았다. 노인들 건강이 향상된데다, 비아그라 패치가 개발돼 달콤한 연애를 즐기는 노인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장씨는 문득 젊은 시절 이코노미스트지(誌)에서 ‘행복은 U 커브를 그린다’는 기사를 읽고 반신반의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미국·영국 연구팀이 전 세계 72개국 50만명에게 주관적인 행복도를 물어본 결과,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20대 이후 행복도가 계속 떨어지다가 40대에 바닥을 치고, 이후 나이를 먹을수록 행복도가 계속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이코노미스트 2010년 12월 18일자, 미국 다트머스대·영국 워윅대 공동연구팀)

    장씨가 요가수업을 받기 위해 일어서며 부인에게 말했다.

    “젊었을 땐 그때가 제일 좋은 때인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노년이 참 행복하네. 100세 쇼크는 축복이었어.”
    2011년 대한민국의 평균수명은 83.2세. 하지만 불과 20년 뒤인 2030년 대한민국은 기대수명 급증으로 인해, 100세 쇼크가 강타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70~80세 기준으로 각자의 삶을 준비해 온 개인과 사회는 평균수명 100세 시대의 변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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