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적' 휴대전화에 골치 썩는 학교 현장] '가짜폰' 제출 후 몰래 휴대전화 쓰는 학생도

    입력 : 2010.12.25 03:01 | 수정 : 2010.12.25 06:02

    치마 속에 휴대전화 감추고 "찾아볼 테면 찾아보세요"
    소지품 검사, 인권침해 몰아 "교과부 차원서 금지해야"

    서울 한 여고의 A교사는 얼마 전 복도를 지나가다 학생들이 하는 얘기를 무심코 듣고는 깜짝 놀랐다. "그거 다 '가짜폰'인 거 선생님들은 모를 거야." "난 주로 엄마가 쓰다 버린 옛날 전화를 내는데…."

    이 학교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막기 위해 아침에 학생들로부터 휴대전화를 걷었다 하교 때 돌려주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학생들이 고장 난 휴대전화를 대신 제출하고는 숨겨뒀던 진짜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얘기였다.

    '교권(敎權) 실추'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많은 교사들은 "우선 휴대전화만이라도 수업 중에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기술이 급속히 향상되면서 휴대전화가 '교육의 적(敵)'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은“우선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만이라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수업 도중 한 학생이 휴대전화를 꺼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망가지는 수업분위기

    교사들은 "한번 휴대전화에 중독된 아이들은 수업시간 중에도 멈추지 않는다"고 말한다. 책상 밑으로 손을 내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학생은 대부분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문자 주고받기, 게임, 소설 읽기, 야동(음란 동영상) 보기는 물론 교사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하거나 시험 부정행위에 이용하는 일도 나온다.

    경기도 사립고의 B교사는 "아무리 진동으로 해 놓으라고 해도 벨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올 지경"이라며 "휴대전화 때문에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학교에서 휴대전화는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갈등의 매개'가 되는 경우도 많다. 싫은 친구에게 욕설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면서 엉뚱한 전화번호를 남기기도 하고, 앞다퉈 새 기종을 찾는 심리 때문에 위화감이 조성되기도 한다. 서울 한 초등학교의 C교장은 "언제든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나를 촬영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공포감이 든다"고 말했다.

    왜 빼앗느냐는 학생·학부모

    휴대전화를 소지했는지 일일이 검사하기도 어렵다는 교사들 푸념도 많다. 최근 한국교총의 현장 실태 조사에서 한 응답자는 "치마 속으로 휴대전화를 감추는 여학생은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한 여학생은 허벅지 사이에 휴대전화를 숨긴 채 "찾아볼 테면 찾아보세요"라고 대들다가 전화기가 바닥에 떨어져서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휴대전화를 교사에게 빼앗기면 금단 증세에 가까운 불안감을 보이는 학생들도 많다.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 돌려달라고 떼를 쓰고 반항한다는 것이다.

    여러 교사들은 "더 큰 문제는 학부모"라고 했다. 학생 휴대전화를 압수하면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와 항의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교무실로 들이닥쳐 소리 지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급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연락하느냐" "부모가 책임지면 됐지 학교가 무슨 권리로 전화를 빼앗느냐"는 얘기다.

    교과부 차원의 규제 바라는 교사들

    "요즘엔 워낙 비싼 휴대전화가 많기 때문에 걷고 나서 관리하기도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학생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여러 대를 보관하던 교사가 그중 두 대를 분실했는데 120만원을 물어줘야 했다는 얘기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체벌 금지 조치와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휴대전화를 단속할 수단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소지품을 검사하는 일마저 '인권 침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수업시간에 벨소리가 나든 말든 그냥 방치하는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교총 실태 조사에서 한 응답자는 "교과부 차원에서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개선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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