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종료] [연평도 대피소 주민들] "이렇게 불안한 적 없었지만 어떤 일 있어도 훈련은 해야"

    입력 : 2010.12.21 03:01

    "쉬우웅. 쉬우웅."

    20일 오후 2시 30분 서해 연평도에서 적막을 깨고 우리 군의 포 사격 훈련이 시작됐다. 50㎡ 넓이 대피소 안에 몸을 숨기고 있던 주민 15명이 귀를 쫑긋 세우고 포격 소리를 들었다. 연평면 서부리 연평교회 옆 대피소는 연평도 민간인 거주지역의 13개 대피소 중 하나다. 두꺼운 콘크리트벽과 철문으로 막혀 있지만, K-9 자주포 포격소리와 함께 진동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불로 무릎을 덮고 둥글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주민들은 불안한 듯 "우리 군 사격 맞지?"하며 밖에서 들려오는 포성에 귀를 기울였다.

    오후 3시 30분 '드르륵'하는 벌컨포 포성이 들리자 대피소 안은 다시 술렁였다. 주민들은 일제히 불안한 눈으로 연평부대에서 나온 대피소 통제관을 바라봤다. "우리 군의 사격"이라는 말에 다들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전파가 차단돼 대피소 안에서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았다. 대피소 안에서 주민들을 외부와 연결해 준 것은 고영선(71)씨가 준비해 온 라디오가 유일했다. 오후 4시가 넘어가자 라디오를 통해 '훈련 상황이 종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아무도 대피소 입구 쪽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잠시 화장실을 이용할 시간을 주자 주민들은 인근의 연평교회 화장실을 서둘러 다녀왔다. 대피소 안엔 화장실이 없어 주민들은 오전 10시 이후 6시간째 볼일을 참고 있었다. 화장실로 가는 주민들 다리가 후들거렸다. 연평부대 병사가 '두우웅'하고 대피소 철문을 여닫는 소리에도 놀라 두리번거렸다. 잠시 후 합참 추광호 중령이 대피소에 찾아와 "훈련은 무사히 끝났다. 북한의 도발을 우려해 오후 6시 30분까지 대피소에 있으라"고 알렸다.

    이날 오후 6시 30분 대피령이 해제될 때까지 10시간 30분 동안 주민들은 한순간도 마음 편하게 앉아 있지 못했다. 주민 이정규(73)씨는 "오늘 밤 편안히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북쪽 하늘을 바라봤다.

    방독면 쓴 연평도 주민… 우리 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앞둔 20일 오전, 연평도에 대피령이 내려지자 한 주민이 방독면을 쓰고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이날 연평도는 아침 일찍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오전 8시 7분쯤 연평면사무소는 방송으로 "오늘 오전 포 사격훈련이 있을 예정"이라고 주민들에게 통보했다. 안개가 짙게 깔린 아침 연평도는 20m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오전 9시 6분쯤 "가까운 대피소로 이동해 달라"는 방송이 다시 나오자 주민들은 '올 것이 왔구나'하는 표정이었다. 경찰관이 주민들이 어떤 대피소로 들어가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명단에 표시했다. 오전 10시쯤 13개 대피소에는 주민 102명, 공무원 44명, 군·경 72명, 공사인력 31명, 그리고 취재진 43명 등 290여명이 대피했다. 대피가 끝나자 마을은 고요해졌다. 오전 11시 30분쯤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던 포 사격 훈련이 짙은 안개로 오후 2시 30분으로 연기되면서 주민들은 오후 1시에 대피소 안에서 컵라면과 김치로 점심을 때웠다.

    이날 낮 동안 대피소에서 지낸 주민들은 포사격 훈련의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연평교회 목사 송중섭(44)씨는 "우리 군이 우리 땅에서 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빨리 훈련을 끝내고 평상시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포도농사를 짓는 이철호(64)씨는 "이렇게 불안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훈련을) 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위협을 계속하는 와중에 꼭 훈련을 해야 하느냐"며 "긴장국면이 풀린 다음에 훈련해도 늦지 않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주민들은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일절 입에 담으려 하지 않았다. 송씨는 "우리의 정당한 훈련에 북한이 대응하지 않는 게 당연하고 가장 좋은 일"이라며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해 5도 최북단의 백령도도 하루 종일 섬 전체가 '비상'이었다. 아침부터 면사무소와 군의 긴급 대피 방송이 나왔고, 주민들은 대피소로 갔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백령도 곳곳에 불 꺼진 집이 많이 보일 정도로 주민들은 오후 늦게까지 대피소에 머물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백령도 주민 최홍빈(50)씨는 "훈련은 잘 끝나 다행인데 문제는 앞으로 북이 어떻게 나올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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