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없는 세상에선 이들이 최고였다

    입력 : 2010.12.21 03:02

    마케팅·댄스 포장 없이도 팬들 사로잡은… 실력파 뮤지션들의 '2010 음악大賞'

    한두 해 된 상황은 아니지만 2010년은 대량 생산된 아이돌 그룹이 방송가 음악·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했다.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함께 '톱10' 프로의 1등을 다투던 시절은 아득한 옛 이야기다. 올해도 TV 음악 순위는 비슷비슷한멜로디와 비트, 율동으로 포장된 대다수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휩쓸었다. 그렇다면 막강한 마케팅과 '댄스' 포장 바깥,실력파 뮤지션들의 2010년은 어땠을까. 음악 전문가 28명이 2010년 대중음악계를 결산했다.

    "좋은 밴드 음악의 요소를 모두 갖춘 단 한 장의 앨범"(김작가), "일부러 전작의 답습을 피했다. 이것은 전진이고 진전이다"(이민희), "10여년 전 밴드 '미선이'를 추억할 수 있는, 어쩌면 그 이상인 앨범"(황건희).

    ①전문가들이 2010년 최고의 음반으로 꼽은 '브로콜리 너마저' 2집 '졸업'앨범 재킷.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가 내놓은 2집 '졸업'에 쏟아진 전문가들의 호평이다. 조선일보가 대중음악 평론가 21명과 음악PD 7명 등 28명의 음악 전문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음반이 2010년 '올해의 앨범'으로 꼽혔다.

    1집에서 보컬을 맡았던 멤버 계피가 탈퇴한 뒤 내놓은 첫 음반에서 브로콜리의 리더 덕원이 보컬을 맡아 전면에 나섰다. 동시에 본격적인 밴드 음악으로 전환하면서 '소녀 취향'의 1집을 기억하고 있는 일부 팬들은 실망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음반은 들을수록 정제된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브로콜리의 음반은 총 4표를 얻었다. 응답자들이 총 6개 문항에 각각 단 한 명(팀)의 아티스트를 고를 수밖에 없어서 표가 잘게 분산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밖에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의 'Same Girl'과 5인조 밴드 '9와 숫자들'의 데뷔 앨범이 각각 3표씩을 얻었다.

    '올해의 아티스트'는 엄인호·최이철·주찬권의 프로젝트인 '수퍼 세션'과 나윤선이 각각 4표를 얻어 공동으로 뽑혔다. 수퍼 세션에 대해서는 "유행 음악은 변하지만 거장의 숨결은 세월이 흐를수록 감동"(김광현) "아이돌 음악시대에 보여준 거장들의 놀라운 외침"(안재필)처럼 환갑을 앞둔 뮤지션들의 블루스 프로젝트에 대한 찬사가 뒤따랐다.

    유럽의 각종 차트 1위를 석권한 나윤선에게는 "정말 놀랍게도 또 한 계단 올라섰다"(김양수), "폭넓은 음악성과 탁월한 표현력, 완성도 높은 앨범 프로듀싱"(김희준)이란 평이 더해졌다. "'Same Girl'을 작품으로 높이 평가할 수는 없지만 나윤선이란 아티스트는 얘기가 다르다"(나도원) 같은 평도 있었다.

    '올해의 신인'에는 '칵스'가 꼽혔다. 유독 1표를 얻은 뮤지션이 많았던 신인 부문에서 칵스는 4표를 얻어 단연 선두였다. 칵스는 개러지 록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해 '댄서블한 록음악'을 구사해 팬들의 환호를 얻었었다. "록 페스티벌과 댄스 플로어에 모두 어울리는 음악"(박준흠), "너바나와 라디오헤드를 훌훌 벗어던진 새로운 인디의 등장"(한재희), "'록 한류'도 가능할 법한 올해 최고의 록 앨범"(이대화)이라는 평이었다.

    2004년 데뷔 앨범을 낸 뒤 6년 만에 음반을 낸 힙합 듀오 '가리온'은 음악적 성과에 비해 너무 외면받았다는 의미로 '올해 가장 과소평가된 아티스트'에 꼽혔다. 이 분야 역시 1표를 얻은 뮤지션이 많았으며 가리온은 3표를 얻었다. "한국 힙합 무관의 제왕의 귀환.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조용하다"(김홍기), "대중음악 전반에 날린 묵직한 한 방"(김작가)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올해 가장 과대평가된 아티스트'로는 응답자 6명이 '슈퍼스타 K 출연자' 또는 '슈퍼스타 K' 자체를 꼽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요란 법석을 떠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박은석), "뮤지션의 역량이 오로지 가창력이라는 대종(大宗)으로 탈수되고 있는 기이한 음악계의 자화상"(배순탁), "자본의 쇼로는 완성할 수 없는 감동이 있다는 걸 방증한 최악의 프로"(이경준), "미디어로부터 흘러나온 또 다른 위험한 징후"(한재희)라는 해설이 붙었다.

    과대평가된 아티스트 2위는 5표를 얻은 이적이었다. 그는 '올해의 앨범'에서 2표, '올해의 아티스트'에서도 1표를 얻었으나 '기대가 너무 컸다', '분명히 거품이 있다'는 평과 함께 과대 평가 부문에서도 상위에 올랐다.

    '올해의 해외 앨범'에서는 캐나다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와 미국 래퍼 '카니에 웨스트'가 치열한 경합 끝에 5표를 얻은 '아케이드 파이어'의 3집 'The Suburbs'가 꼽혔다. 빌보드 차트 1위에서 에미넴을 밀어낸 이 인디 록 밴드는 발매 당시 한국 음악 팬들을 흥분케 하며 진작부터 '올해 최고 앨범' 자리를 예고해 왔다. "압도적 예술성으로 반대파를 잠재우다"(이경준), "'앨범 미학'의 갑작스럽고 감동적인 확인"(이민희), "2010년 최고의 청각적 경험"(김작가) 같은 찬사가 줄을 이었다.

    *설문에 응답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음악평론가: 김광현 김봉현 김양수 김윤하 김작가 김정위 김현준 김홍기 김희준 나도원 박은석 박준흠 배순탁 신현준 안재필 우승현 이경준 이대화 이민희 차우진 최지호

    ▲음악PD: 남태정 안재주 한봉근 한재희(이상 MBC) 고민석 은지향 황건희(이상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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