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사회
종합

[잃어버린 20년 日本에서 배운다] 日정권, 표 잃을까 복지개혁 망설이다 빚의 수렁에

  • 도쿄=선우정 특파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입력 : 2010.12.16 03:03 | 수정 : 2010.12.16 08:28

    [4] 복지비용 대느라 나랏빚 눈덩이
    지난 10년새 나랏빚 511조엔→ 908조엔
    곧 베이비붐 세대 퇴직… "시한폭탄이 다가온다"

    
	[잃어버린 20년 日本에서 배운다] 日정권, 표 잃을까 복지개혁 망설이다 빚의 수렁에

    "일본은 한국이 겪은 것과 같은 강력한 경제위기가 필요하다."

    지난 13일 만난 일본의 한 언론사 간부는 "일본은 이대론 아무것도 안 될 듯하다"고 말했다. 요즘 일본 지식인들은 사석에서 나라가 휘청거릴 정도의 강한 충격만이 일본을 구제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말을 자주 한다.

    지난달 29일 도쿄 국회의원회관에서 집권 민주당 간부들이 모였다. 후생노동성이 제시한 개호(介護·간호)보험 개혁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정부 개혁안은 증상이 가벼운 노인의 개호 비용 부담을 현재보다 20% 늘리고, 고소득자의 자기 부담을 전체 비용의 10%에서 30%로 올리는 내용이었다. "국민에게 부담을 요구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격론 끝에 당 간부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안은 다시 정부 책상 서랍에 들어갔다.

    개호보험에 들어가는 세금은 도입 당시인 2000년 3조8000억엔에서 올해 7조9000억엔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15년 후엔 20조엔으로 불어난다. 이대론 국가 재정이 반드시 파탄난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정치도, 국민도 현실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20년 日本에서 배운다] 日정권, 표 잃을까 복지개혁 망설이다 빚의 수렁에

    일본 정부가 국가적 위기를 확실히 인식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1997년 거대 금융회사였던 야마이치증권은 파산했고, 1999년 일본의 건강보험조합 97%가 파산을 우려해 노인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사태가 2001년 일본 정부의 '호네부토(骨太·골격을 튼튼히 함)의 방침'이란 개혁안에 집약됐다. 사회보장의 3대 축인 연금·의료·개호제도 개혁 방향이다.

    당시 특명 장관으로 개혁을 주도한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는 "일본은 당시 나라의 미래상을 확실히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연금 파탄을 막기 위해 연금 수급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올렸다. 2013년이 시행 시점이다. 내용이 알려지자 "정년이 60세인데 65세까지 뭐로 먹고살라는 것이냐"는 반발이 일어났다. 그러자 샐러리맨의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연금 부담을 기업에 떠넘긴 것이다. 기업은 신규 고용을 줄였다.

    
	노인 도우미 규슈 지역의 한 약국에서 종이 기저귀를 고르는 일본 노인과 헬퍼(도우미). 노인을 모시는 사회적 비용은 이미 일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후쿠오카=선우정 특파원
    노인 도우미 규슈 지역의 한 약국에서 종이 기저귀를 고르는 일본 노인과 헬퍼(도우미). 노인을 모시는 사회적 비용은 이미 일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후쿠오카=선우정 특파원

    의료보험 파탄을 막기 위해 나온 개혁안은 노인층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정권 교체로 연결됐다. 정부는 2006년 '후기고령자 의료제도'를 실시했다. 젊은이에게 편중된 부담을 고르게 하고 1400만명에 달하는 75세 이상 노인 의료는 별도 관리한다는 내용이었다. 70~74세 고령자의 의료비 개인 부담은 10%에서 20%로 조정됐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오바스테야마(姨捨山·노인을 산 채로 산에 버림)"라고 공격했다. 정부가 노인을 버렸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이던 노인층이 민주당으로 돌아섰다. 놀란 자민당은 개혁안의 핵심인 70∼74세 고령자의 의료비 증액을 철회했지만 2009년 선거에서 패해 정권을 내줬다.

    다음은 민주당 차례였다. 2010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정권은 사회보장비를 보충하기 위해 소비세 인상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고령화로 일본의 사회보장비는 매년 2조4000억엔씩 늘어난다. 소비세를 매년 1%포인트씩 올려야 재원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민주당은 정책 방향을 증세(增稅)에 둔 것이다. 이번엔 야당 자민당이 "세출부터 줄이라"며 반대했다. 민주당 역시 선거에서 참패했다. 민주당과 자민당이 표를 얻기 위해 개혁을 서로 가로막는 경쟁을 10년 이상 반복한 것이다.

    
	[잃어버린 20년 日本에서 배운다] 日정권, 표 잃을까 복지개혁 망설이다 빚의 수렁에

    40년 전 일본은 현역세대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구조였다. 지금은 3명이 1명, 10년 후엔 2명이 1명을 부양한다. 사회보장비용인 연금·의료·개호 비용은 지난 25년 동안 3배인 105조엔으로 증가했고 15년 후엔 141조엔으로 늘어난다. 2012년부터는 정년 연장으로 회사에 남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일본에선 단카이·團塊세대라고 함) 700만명이 퇴직해 연금을 받는다. 일본 언론은 이들을 "(재정의) 시한폭탄"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나랏빚은 지난 9월 말 현재 908조엔을 기록했다. 10년 전엔 511조엔이었다. 갑론을박만 거듭하다 명목국내총생산(GDP)의 1.9배에 달하는 세계 최악의 수준까지 불어난 것이다. 일본에선 국가에 대한 신뢰가 불신으로 꺾여 위기가 시작되는 변곡점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분명히 올 것이란 불안한 확신만 날로 확산될 뿐이다.

    ☞개호보험(介護保險)

    노인 간병과 수발을 위해 노인 요양만을 전문으로 보장하는 일본의 사회보험제도. 일반기업이나 시민단체들이 노인 요양 서비스 제공의 주체로 참여한다. 일본은 병들어도 간병을 받지 못하는 독신 노인이 늘어나자 지난 2000년 4월 개호보험을 도입했다.

     

    
	[잃어버린 20년 日本에서 배운다] 日정권, 표 잃을까 복지개혁 망설이다 빚의 수렁에
    [일본에서 배운다] 인사이드 ☞ 바로가기

    TV조선 뉴스 핫클릭TV조선

    오늘의 뉴스브리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