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꼬마 곰 엄마' 안도의 눈물

    입력 : 2010.12.16 03:04

    애태우던 사육사 추윤정씨 "걱정 끼쳐 죄송"

    사육사 추윤정씨
    "꼬마, 꼬마야… 어디 있다 이제 왔니."

    15일 오전 10시쯤 경기 의왕시 청계산 이수봉과 청계사 사이 산자락에서 가냘픈 20대 여성이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다. 그 앞엔 드럼통 두 개를 이어붙여 만든 곰 포획틀이 놓여 있었고, 드럼통에 뚫린 구멍으로 까만 콧잔등이 보였다. 지난 6일 서울동물원에서 탈출했던 2003년생 수컷 말레이곰 '꼬마'였다. 꼬마는 포획틀 안에 넣어둔 꿀·와인 따위를 먹으려다가 이날 오전 8시 30분쯤 덜미를 잡혔다. 꼬마는 지난 9일간 연인원 1855명이 동원된 수색을 피해 청계산을 휘젓고 다녔다.

    눈물 흘리는 여성은 '꼬마 엄마', 사육사 추윤정(28)씨였다. 2007년 사육사가 된 그는 작년 3월부터 꼬마를 돌봤다. 꼬마가 탈출하던 날 추씨는 평소처럼 꼬마를 내실에 격리하고 우리를 청소했다. 내실엔 T자형 고리 걸쇠가 걸려 있었고 어떤 곰도 그걸 연 적이 없다. 하지만 추씨가 돌아보니 꼬마는 밖에 나와 복도에 뒀던 먹이를 먹고 있었고 곧 몸을 돌려 달아났다. "얼마나 따라갔는지 몰라요. 산비탈에서 꼬마가 어찌나 빨리 가는지, 아무리 뛰어도 점점 멀어졌어요."

    9일 만에 포획… 6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우리를 빠져나와 청계산으로 달아났던 말레이곰 ‘꼬마’가 탈출 열흘째인 15일 오전 경기도 의왕 청계산 이수봉 인근에서 포획돼 서울대공원 동물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추씨는 이후 한숨도 못 잤다. "저희 꼬마가 시민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했어요. 꼬마가 낯선 데서 잘못될까 애도 탔죠." 아침마다 청계산에 올라 "꼬마야"를 외쳤다. 밤엔 혹시 꼬마가 집으로 돌아올까 날이 새도록 CCTV를 지켜봤다.

    꼬마는 추씨가 돌보는 곰 24마리 중 제일 어리다. 같이 사는 암컷 말레이곰 '말순이'(30)가 평균 수명을 넘긴 할머니라 '꼬마 신랑'이란 뜻에서 '꼬마'라 불렸다. 키 110㎝, 몸무게 40㎏으로 몸집 작은 꼬마는 장난꾸러기에 겁이 많았다. 추씨는 "꼬마가 집을 나간 뒤 야단쳤던 일들이 떠올라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꼬마와 말순이가 싸우면 늘 말순이 편을 들었어요. '너 진짜 미운 일곱살이니? 왜 할머니를 괴롭혀'하고 혼내면, 꼬마가 고개를 푹 숙였지요."

    성실한 추씨는 동물원 우수 직원에 뽑혀 이달 중 표창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제 동료들은 그가 혹시 문책을 받아 꼬마와 헤어질까 걱정이다. 추씨는 "그래도 이제 걱정 없다"고 했다. "꼬마가 무사히 집에 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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