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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 현실에 분노로 대답할 뿐…

  •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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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12.04 03:04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영이
    김사과 소설집|창비|264쪽|1만원


    소설에서 달콤한 과즙을 기대한다면 김사과<사진>의 소설을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소설에서 우리 사회의 어떤 징후를 읽고자 한다면 김사과는 놓칠 수 없는 필수 독서 목록이다. 일말의 희망마저 거부하고 철저히 절망하기를 택하는 김사과의 잔혹 서사에는 요즘 20·30대 젊은 층이 세상을 향해 드러내는 허무 의식과 무력감, 분노가 응축되어 있다. 2005년도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인 단편 '영이'를 비롯해 수록작 8편이 한결같이 부수고 죽이고 파괴하는 이야기들이다.

    수록작 '영이'는 가정 불화와 폭력에 노출된 소녀 영이가 그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자아를 분리해 순이라는 이름의 분신을 만든 뒤 집안의 폭력을 관찰하는 내용이다. 김사과는 이 작품에서 폭력의 원인을 파악하려 들지도, 그것을 해결하려 하지도 않는다.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것은 아빠와 엄마가 서로를 향해 펼치는 폭력 장면의 묘사일 뿐이다. 폭력은 다른 수록작에서도 반복된다. 수록작 '과학자'의 주인공은 고추장을 탐식하며 사는데, 함께 먹기를 거부하는 여자 친구의 몸에 고추장을 잔뜩 발라버린다. 이런 폭력은 개인과 개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확장된다.

    소설은 이런 폭력의 배경을 설명하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의 싸움을 이해하기에 너무 어린 영이에게 자명한 것은 부모의 싸움이 그녀에게 공포심만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다. 공포는 이 소설집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다. 김사과 소설의 인물들은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기성사회를 상징한다.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은 젊은이들의 시선으로 볼 때 이해 불가능한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이해할 수 없기에 해결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공격에 노출되어 있기에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김사과의 첫 작품집은 "한국 사회의 현실에 절망적인 분노로써 반응하고 분열증으로써 싸우는"(문학평론가 김영찬의 평) 소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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