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훈련 지지" 75.9%… '연평도 포격' 여론조사

중국북한연평도 포격 도발문제를 6자회담에서 풀자는 중국식 해법에 대해 여권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적극 검토하자"고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여권 입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정책연구원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7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이 91.9%였고 '만족스럽다'는 4.6%에 불과했다. 연구원측은 "천안함 사건 이후 계속돼온 중국의 북한 비호 입장에 대해 국민 전체가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해에서 미군 항공모함이 참여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민주당민노당 등은 "평화를 해친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선 대다수(75.9%)가 '북한의 도발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고 '북한을 자극할 수 있으니 하지 말아야 한다'는 18.8%에 머물렀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70.2%, 민노당 지지층도 76.9%가 한·미 연합훈련을 찬성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일어난 이후, 여론은 지난 정권의 햇볕정책이 실패했다는 여권의 평가에 동조하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현재와 같은 강경한 태도'(64.8%)가 '지금보다 온건한 태도'(30.4%)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책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북 지원 정책을 추진한 김대중·노무현 정부'란 응답(43.3%)이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는 현 정부'(35.4%)보다 높았다.

◆ 민주 "서해훈련 탓 긴장 고조… 도움 안돼"
거꾸로 가는 민주당… '응징' '자제' 갈팡질팡하다 北·中과 보조 맞추는 인상

민간인까지 희생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응징"과 "자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민주당이 중국이 '북핵 6자회담 카드'를 내놓자 이구동성으로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찬성하고 나왔다. 국민 여론 때문에 섣불리 얘기를 꺼내지 못하다가 중국에 기대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은 중국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한미(韓美) 동맹보다 북중(北中)과 보조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지원 원내대표.

민주당 지도부는 2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제히 6자회담 지지발언을 내놨다. 손학규 대표는 "연평도 포격으로 인한 안보위협에 대해 강력한 군사적 제재수단의 확보와 공세적 외교를 위한 평화의 확보라는 양면전략을 취해야 한다"며 "한미 연합훈련이 전자를 위한 조치라면, 6자회담은 후자의 견지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6자회담 틀에 복귀하고 거기에서 북한에 따질 것은 따지고 물밑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현 정부를 "초기 대응이 엉망이었다"는 '안보무능론'으로 때렸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중국에 대해선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중국이 6자회담 협의를 제의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의 해법이 옳다"고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 정부 3년 동안 우리 문제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을 상실했고 문제 해결은 강대국 손아귀로 넘어갔다"며 "주도권을 다시 찾도록 정부는 사고를 대전환해야 한다. 6자회담, 절대 발로 차면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후 서해상에서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선 '한·중관계 악화' 요인으로만 봤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거론하며, 그 훈련으로 인해 "한·중 관계는 최악의 상태"이고 "민주정부 10년간 구축한 한·중 관계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8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선 "한미가 오늘 대규모 연합훈련에 돌입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고 안보불안으로 경제가 영향받고 있다. 긴장 고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분위기로 보면 민주당 지도부는 '6자회담'을 현 상황을 뚫고 나가는 출구전략으로 선택한 듯했다. 민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지금까지 '대화'라는 단어 자체를 공개적으로 꺼내기 어려웠는데 중국의 6자회담 제안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안보 불안이 지속되면 국민 여론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6자회담을 제의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 "우리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민주당의 6자회담 복귀 주장은 좀 성급했고, 추후 역풍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