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아침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간 신문 1면에는 해병대 병사 한 명이 벌건 불길과 시커먼 연기에 휩싸인 K-9 자주포에 올라타 반격 준비를 하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자주포 바로 오른쪽 옆 두 줄기 화염은 보기만 해도 살이 익을 듯했고 자욱한 연기는 매캐한 냄새를 풍기며 목구멍을 막아버릴 듯했다. 해병대 정훈장교가 지난 23일 오후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한 직후 찍은 이 한 장의 사진만큼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군 그리고 우리 국민의 오늘의 절박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표시는 없다.

북한 포탄은 자주포 진지 2m·4m·10m 옆에 떨어졌다. 이 군인은 사방으로 튀는 파편과 고막을 찢는 포성 속에서 자주포에 올라 포탄이 날아오는 쪽을 주시하며 대응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것이 군인의 본모습이다. 군말이 필요 없다. 군인은 이래야 하는 것이다. 이런 군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목숨을 지킨다. 이 한 장의 사진보다 군인의 사명에 육박(肉薄)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이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든든하고 고마우면서도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프다. 이런 군인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울컥하고, 수백 문(門)의 적의 포대에 비해 초라하기만 한 우리 진지를 지키는 모습이 애달파서다.

해병대 연평부대 임준영(21) 상병은 방탄모 외피가 불에 타는 줄도 모르고 자주포로 대응 사격을 했다. 그는 정신없이 사격을 하는 사이 방탄모 외피에 붙은 불이 철모 턱 끈을 타고 내려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응사(應射)가 끝났을 때는 방탄모 턱 끈과 전투복 목 부위가 까맣게 그을려졌고, 방탄모 외피는 불에 타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다. 입술 위 인중은 불에 데어 있었다.

내 목숨이 흔들리는 위험 속에서도 국토를 유린하고 국민을 살상한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던 해병 장병들, 그들은 고마운 사람이다. 나라라는 것은 군인이 이렇게 자기 본분(本分)을 다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어야 존재 가치가 있는 법이고, 국민은 이런 군인들이 뒤를 걱정하지 않고 적들만 노려볼 수 있도록 그들 가족을 돌볼 줄 알아야 국민으로서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법이다.

[오늘의 사설]

[사설] 새 국방장관은 최전방의 고장난 무기부터 갈아치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