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보아 노래는 '메이드 인 북유럽'

    입력 : 2010.11.23 03:04 | 수정 : 2010.11.23 09:30

    노르웨이 작곡가 그룹 '디자인 뮤직'
    '소원을 말해봐' '허리케인 비너스' 등 작곡… 한국에서 작사·편곡, 춤은 美·日 안무가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 최고의 경험, 한국 가수 위한 작업은 언제나 1순위"

    소녀시대의 '훗'과 '소원을 말해봐', 보아의 신곡 '허리케인 비너스'와 '아임 오케이'의 공통점은? 모두 북유럽 작곡가들이 만든 노래다. 북유럽에서 생산된 멜로디에 한국인이 가사를 붙이고 편곡을 했다. 미국일본 안무가는 춤을 만들었다. 전자제품처럼 글로벌한 생산과정을 거쳐 다시 세계로 유통되는 음악상품이다. 소녀시대의 '훗'은 덴마크 작곡가들이 만들었고, 일본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소원을 말해봐'와 보아의 신곡 두 곡을 만든 '디자인 뮤직(Dsign Music)'은 노르웨이 작곡가 그룹이다. '디자인 뮤직'의 멤버 로니 스벤센(41)·네르민 하람바시크(35)·안나 주디스 윅(32)·로빈 옌센(39)과 지난 19일 화상전화로 인터뷰했다. 보스니아 출신인 네르민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는 모두 노르웨이인이다. 노르웨이 트론헤임의 스튜디오에 모인 이들은 "한국을 위해서는 늘 시간을 낸다. 한국은 우리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소녀시대의 국제적 히트 뒤에는 그들의 음악을 세공(細工)하는 북유럽의 작곡가들이 있 다. 지난 8월 도쿄 쇼케이스에서 만난 소녀시대와‘소원을 말해봐’를 작곡한 노르웨이 뮤지션들. 왼쪽부터 서현 ·네르민·티파니·안나·수영·로빈·유리·로니.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녀시대가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말 놀랍고 대단하다. 우리가 팀을 만든 이래 가장 기분 좋은 경험이다."

    ―소녀시대를 일본 쇼케이스에서 만났다던데.

    "지난 8월 도쿄에서 2만5000명 관객이 괴성을 지른 다음 날 처음 만났다. 무척 귀여운 아가씨들이었다. 의상과 헤어스타일, 춤 동작이 정말 프로였다. 소녀시대는 통통 튀는(bubbly) 퍼포먼스로 모든 팬을 사로잡았다."

    ―보완해야 할 점도 있었나.

    "글쎄… 영어 실력 정도다. 영어 버전으로도 노래를 만들면 성공할 것 같다. 그 밖에는 세계적인 수준인 것 같다."

    ―당신들의 작곡 의도는 무엇이었나.

    "사람들이 춤추게 하는 것이었다. 춤추는 소녀시대의 다리 18개를 봤나? 그 다리를 보고 따라 춤추지 않을 수 있을까."

    ―보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모든 앨범과 DVD를 봤다. 최첨단이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timeless and cutting edge) 뮤지션이다. 한국과 아시아의 마돈나라고 할 수 있다."

    ―'허리케인 비너스'엔 일렉트로닉 요소가 매우 강하다. 주로 이런 곡들을 쓰나.

    "물론이다. 우리는 어번 일렉트로닉 댄스(urban electronic dance) 음악을 주로 만든다. 한국 팝도 그렇지 않나? 그 노래는 오로지 보아를 위해 맞춤 제작한 곡이다."

    ―반면 '아임 오케이'는 솔과 R&B 그루브가 강한데.

    "안나가 늘 솔 음악에서 영감을 받는다. 보아가 부드럽고 섹시한 노래도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봤기 때문에 솔 리듬을 썼다."

    ―곡을 쓰는 데 얼마나 걸리나.

    "보통 1주일에 2곡쯤 쓴다. '소원을 말해봐'는 3곡을 섞어 만든 노래다. 그래서 1주일 이상 걸렸다."

    ―한국에서 이뤄진 후반작업은 만족스러운가.

    "원래 어두운 클럽 분위기가 나는 노래였다. 그런데 한국에서 작업한 뒤 훨씬 밝은 팝이 됐다. 다들 '와!' 하고 놀랐다."

    이들 중 안나가 주로 멜로디를 쓰고 로니와 네르민은 주로 편곡을 한다. 프로듀서이면서 매니저를 겸하는 로빈은 "나는 주로 채찍질을 한다"며 웃었다. 이들은 얼터너티브 록밴드 사운드가든부터 오티스 레딩, 카일리 미노그까지 두루 좋아한다고 말했다. 로니는 "나는 록밴드에서 기타를 쳤지만 어느 날 팝의 세계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소녀시대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997년 댄스그룹 S.E.S 때부터 외국 작곡가에게 작곡을 의뢰해왔다. 현재 미국·영국·북유럽·호주의 작곡가들과 지속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작곡할 때 특별히 요청받은 게 있나.

    "음절이 많아야 하고 지루하지 않도록 브리지(후렴과 후렴을 잇는 악절)를 꼭 넣어달라고 했다. 한국 음악은 미국 리듬에 유럽 멜로디를 넣은 듯한 느낌이 든다."

    ―다른 한국 음악을 들어본 게 있나.

    "에프엑스, 슈퍼주니어, 샤이니를 들어봤다. 우린 슈퍼주니어를 무척 좋아한다."

    ―노르웨이에서 쓴 노래를 한국인이 부르고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며) 세계가 지금 이것만 하다. 도쿄에 갔을 때 라디오에서 '소원을 말해봐'가 나오기에 깜짝 놀랐다. 낯선 풍경이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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