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4시,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경기도 양평군 구미리 후미개 전원마을 2층집의 약 67㎡(20평) 남짓한 거실을 묵직한 더블베이스 소리가 꽉 채웠다. 서울시향 더블베이스 연주자인 성영석(49)씨와 아들 민제(20·독일 뮌헨 국립음대 재학)씨, 딸 미경(17·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양이 각자 제 몸집만큼이나 큰 더블베이스를 안고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민제씨가 청년다운 활기찬 음색으로 도입부를 연주하자 미경양의 수줍고 풋풋한 소리가 오빠를 뒤따랐다. 아버지 성영석씨의 관록 넘치는 연주와 성씨의 부인 최인자(48)씨의 피아노 반주가 자녀들의 연주를 뒷받침했다.

조선일보와 서울시향이 주최하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메세나협의회·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우리 동네 콘서트' 캠페인(livingroom.chosun.com)은 지난 주말 '더블베이스 가족'으로 잘 알려진 성영석씨 가족과 함께 경기도 양평의 전원주택 '채하단'을 찾아갔다. 캠페인 참여를 신청한 집주인 신난희(58)씨는 "석 달에 한 번씩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클래식 음악을 듣는 모임을 갖고 있다"면서 "연주자 섭외를 고민하던 중 신문을 보고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평군 후미개 전원마을‘채하단’에서 열린 서울시향 더블베이스 연주자 성영석씨 가족 연주회.

연주회 시작 전,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수다를 떨던 30여명의 여고 동창생들은 연주가 시작되자 숨을 죽이고 음악에 몰두했다. 성영석씨가 "세 대의 더블베이스가 함께 연주하는 광경을 볼 수 있는 건 정말 드문 일인데 여러분은 축복받으신 것"이라면서 "더블베이스는 오케스트라의 가장 아래 음을 담당하기 때문에 다른 악기들이 피자의 토핑이라면 더블베이스는 도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자 청중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음악회는 미경양의 솔로곡인 프로토의 '카르멘 환상곡', 민제씨의 솔로곡인 니노 로타의 '디베르티멘토 콘체르탄테' 2악장과 4악장, 남매가 함께 연주한 스페르거의 '듀오'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으로 이어졌고 일가족이 탱고 곡과 영화 '러브 어페어' OST 중의 '센티멘탈 워크(Sentimental Walk)'를 협연하면서 막을 내렸다.

앙코르 요청을 받아 남매가 애절한 집시의 노래인 몬티의 '차라다시'를 협연하고 일가족이 찬송가인 '여기에 모인 우리'를 연주하자 청중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클래식 애호가라는 최정옥(58)씨는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인 더블베이스의 수준 높은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면서 "화목한 가족이 일체감이 돼 빚어내는 행복한 화음이 마음을 파고들어 마지막엔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