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에서 계속 1등급 받던 애들도 비문학 지문(언어)과 함수 그래프(수리)는 어렵다고 했어요."
수능 다음날인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배화여고 고3 교실. 담임교사에게 가채점 결과를 제출하기 위해 아침 일찍 모인 학생들은 대부분 "모의고사 때보다 점수가 10점은 내려간 것 같다" "수능을 망쳐서 논술(수시 2차)에 '올인' 해야겠다"는 등의 침울한 반응을 보였다.
모의고사에선 과목별로 2~3등급씩 받았다는 김모(18)양은 "언어 지문이 어려워 1교시부터 헤맸는데 2교시 수리 시험을 마치고 나니 이러다 '인 서울(서울권 대학 입학)'은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 말했다. 중위권이라는 이모(18)양은 "외국어 영역은 지문이 길어서 시간이 모자랐다"며 "EBS(수능 강의)에서 본 지문은 지문 내용을 암기하고 있었는데도 문제가 배배 꼬여서 전부 틀렸다"고 울상을 지었다.
EBS에서 나왔던 문제도 응용 출제돼 체감 난이도가 높았고, EBS에서 안 나온 문제는 너무 어려웠다는 게 대다수 고3 수험생들 반응이었다.
반면 재수학원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밝았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지망한다는 재수생 서모(19)군은 "학원 애들은 대체로 다 잘 본 편"이라며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특별히 까다로운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가채점 결과 전 과목 1등급이라는 연·고대 지망생 이모(19)양은 "언어는 지문이 길진 않았지만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기본 지식 없이는 한번 읽고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며 "재학생에겐 어려워 보였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영어·수학이 어려울수록 10개월간 내신에 신경 안 쓰고 수능에만 집중한 재수생이 유리하다"고 올 대입에서 '재수생 강세'를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