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42인의 얼굴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기개와 절박함에 압도당하지요. 그런 넋을 계속 그려서 후대에 남기고 싶습니다."

서울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19일 독립운동가 42인 초상화전이 열렸다.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기려 열리는 전시로, 안 의사를 비롯해 윤봉길·김좌진·이승만·신채호 등의 유화가 걸렸다. 초상화가 조영규씨가 사진이 남아있는 선열을 중심으로 그린 그림들이다.

"대부분 유화로는 처음 그려지는 인물입니다. 화가들에게 의뢰도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팔리지도 않으니까요. 유화는 사진이나 다른 그림보다 수명이 길어서 몇백년 보존됩니다. 오래오래 남길 수 있죠."

미국초상화가협회의 유일한 한국인 회원인 그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인물의 초상화를 그려 되도록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게 한 외국의 전통이 부러웠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초상회화협회도 만들고, 화가로서의 여생을 순국선열의 초상화를 그리며 보내기로 결심했다.

조씨는 지난 2년간 먹고 자는 시간 외엔 온통 그림에만 쏟았다고 했다. 사진 외에도 역사기록과 평전 등을 최대한 수집했다. "빛바랜 사진만으로는 한 인물을 온전히 살려내기 힘들어요. 그의 삶을 폭넓게 공부해야 합니다." 그렇게 공들여 한 장 한 장 그려나갔지만, 그의 작품들을 걸어주겠다고 나서는 미술관은 없었다.

"모두들 기존 일정 때문에 힘들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인 올해, 안 의사가 살았던 시대를 기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무료로 대관을 허락했습니다."

그의 그림은 19~28일은 안중근의사기념관에, 다음 달 1~7일은 평촌아트홀에 걸린다.